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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어떻게 생각해? 그건 야나기 켄에게 있어서 자주 품지 않는 생각이고, 늘 가지는 불안이었다. 나에 대한 확신은 나를 이끌지만, 네게는 어떨까? 너와 이야기 할 때, 대답하기 위한 침묵. 나와 이야기하는 도중 튀어나오는 타인과의 즐거워던 추억. 그런 계기들이 방아쇠를 당기면 아주 불현 듯 그런 의문이 떠올라서, 아주 오랫동안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건 갑자기 묻기에는 너무나 붕 뜨고, 맥락 없는 질문이라서.
  그는 늘 침묵했다. 다시 이 질문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도록.
 
  야나기 켄은 밝고 활기찬 사람이다. 서투른 면도 있지만 상냥하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심이다. 이는 주변인들의 평가가 모여 만들어낸 또 하나의 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평가들을 들으면 켄은 그냥 웃음으로 무마했다. 사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야나기 켄에게 중요한건 저 자신이고, 타인의 평가에 매달려서 좋은 꼴이 나는 건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야나기 켄은 주변의 평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켄은 인간이다.
 
  인간은 빌어먹게도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켄은 그러니 빌어먹을 관계에 붙잡혀서, 갑자기 밀려드는 거대한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견뎌내야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그 누구도 대답해 주지 못할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야나기 켄에게 있어서 가장 크고 거대한 기준은 자신이다. 그는 언제나 타인에게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에 비춰서 타인을 판단하는 면모가 있었고, 싫어하는 일을 피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향해 달리는 일이 더 잦았다. 지금의 이 행복과 즐거움, 반짝이는 순간. 화려한 감상과 다채로운 색채. 나 자신의 만족.
  말하건대 나는 타인에게 있어서 가볍게 구는 성향이 짙었다. 이는 타인이 나를 좋아하리라 생각하지 않는 버릇에서 오기도 하고,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재이며, 뭐 오래된 천성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사실은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는 사실. 그러면 나라고 받아들이면 될 문제다.
  ‘라는 범위는 넓고 견고하다. 그 개념은 내 모국어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아올린 견고한 확신의 성이다. ‘라는 단어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생각임과 동시에 감각, 나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는 자아나 영혼, 뭐 그런거. 하나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그 너머의 무언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느낌이다.
  성은 나를 지킴과 동시에 타인의 침입을 막는다. 그러니까 이 확신은 나를 유지하면서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을 포기하게 만든다. 나는 어릴적부터 특이한 인간이었고, 이해자라면 한명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와카사 이쿠토는 신기한 인간이었다. 제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잘 대답하고, 이야기하면 즐거우며 동시에 묘하게 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 하지만 그 자신이 선을 잘 지켜서 나 또한 선을 지킬 수 있는, 가볍고 즐거운 관계에 어울리는 상대. 어쩌면 이 후지시로에서 보내는 시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인물.
  그러니까, 그를 사랑한건 정말로 의외였다.
 
  와카사 이쿠토는 뭐라고 할까, 가벼운 인간이다. 동시에 우울하고, 어딘가 내버려 둘 수 없는 구석이 있다.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내게는 그랬다.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에게 약하고, 서로 대화하면 즐겁다는 사실은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 아닌가? 그가 나를 어덯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를.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는 만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동시에 그 거리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내가 할 수 없는 능숙한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이다. 자신하고 사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사실 사귀었다고 해서 내 감정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궁금할 때가 있었다.
  나를 뭐라고 생각해?
  고백하던 순간에도 외친 말이었고, 정말 물어버린다면 가볍게 넘겨버릴거라는 사실을 알아서, 딱히 입 밖으로 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의문이 목까지 차오를 때, 어두운 감정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우울과 닮은 기분에 깊게 잠겨들 때, 충동적으로 전화를 걸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맹세컨대 한 번도 나를 꾸미거나, 숨긴 적은 없다. 또한 내가 어떻게 비추어질지 고민한 적도 없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친구은 늘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 해 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관계는 다르다. 잃는 것이 두려운데 확신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나 거대한 공백이 생겨버린다.
  나를 옆에 둘거야?
  묻는다면 떠날지도 몰라서 물을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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