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사랑해? 와카사 이쿠토는 때때로 야나기 켄의 의중을 짚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래 된 친구를 대하는 태도와 연인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다를 때, 더군다나 그 친구를 그보다 더욱 우선시하는 모습이 보일 때, 와카사 이쿠토는 늘 의문을 품었다. 너는 나를 사랑해? 그건 가볍게 포장해서 던지기엔 너무나 진심이고, 어떠한 대답이 나와도 불안할 뿐인, 금기 같은 질문이라서.
그는 늘 웃었다. 언젠가 켄이 돌아보는 순간에 눈이 마주치도록.
와카사 이쿠토라는 사람은 지독히도 나른하고, 정적인 사람이다. 이는 야나기 켄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이지만 동시에 그를 표현하는 언어 중 가장 오랫동안 정제한 단어이다. 야나기 켄은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며 판단하고, 분석하고, 그에 대한 인상과 편견 없이 그의 언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에게 저 자신이 느낀 인상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카사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그렇게 생각해……?”
야나기 켄은 제가 본 와카센은 그랬어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와카사 이쿠토는 켄의 견해를 수용했다.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와카사 이쿠토는 야나기 켄이 돌아가 홀로 남은 보건실, 홀로 되새겼다. 너는 그렇게 생각해? 대답해 줄 사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와카사 이쿠토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리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언제나 타인을 배려했지만 자신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좋아하는 일 보다는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적당히, 책잡히지 않을 정도로.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니까. 뭐,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니까, 자신의 사랑스러운 연인과는 정 반대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와카사 이쿠토는 앞서 언급한대로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종류의 인간이고, 그만큼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면이 있었다. 뭐, 그건 ‘미움받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 와카사 이쿠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와카사 이쿠토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을 것들은 잔뜩 있었다. 직업이며, 진로며, 인간관계. 그는 어쩐지 주변에게 사랑받았고, 그 자신도 타인에게 잘 대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상냥하지 않으면, 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었고. 뭐, 도움받아서 편할 일은 있으니까. 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교육대학에 간 건 주변의 권유, 양호 선생님을 택한건 마야마 쿄이치로를 보고 꽤 재미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와카사 이쿠토 자신의 의지로 택한 인생의 중요한 기로라고 하면, 그다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또한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 무겁고 귀찮은건 질색이고 말이지. 그는 마야마 쿄이치로나 이치노세 가쿠 같은 사람들을 신기하게 여기는 종류였다. 아아, 저렇게 살면 귀찮을텐데─ 적당한게 좋지 않아─? 하고 질질 끄는 말투로 턱을 괴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뭐 그런 종류의 인간.
그런 의미에서 그가 야나기 켄과 연인이 된 건 정말로 의외였다.
야나기 켄은 뭐라고 할까,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와카사 이쿠토의 눈에 있어서 야나기 켄은 신기할 정도로 진심이고, 모든 것을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날 좋아해준다니, 이상하지 않아? 하고 생각해버린다. 뭐, 야나기 켄은 그런 종류의 말에 있어서 당신이 좋아하게 만들었잖아요, 하고 툴툴거렸지만.
하지만 와카사 이쿠토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야나기 켄은 반짝이고, 빛나고, 얼마든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하고 사귀어도 되는걸까, 라는 생각은 몇 번이고 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좋아해버리는 자신도 있어서, 와카사 이쿠토는 때때로 묻고 싶어졌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야나기 켄은 그런 질문에 있어서 정말로 진지하게 대답하겠지만, 그게 와카사 이쿠토의 불안을 종식시켜주진 못했다. 그는 때때로 멋 없고, 어른스럽지 못하고, 켄에 비해서 부족한 면을 드러냈다. 그런 것에 자존심이 상하진 않지만, 그냥 가끔. 더 없이 외로워진다. 반짝이는 너에 비해서 하찮은 나는 네 눈에 어떻게 보일까?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그려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와카사 이쿠토는 인간관계에 능한 사람이고 미움받지 않을 선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야나기 켄은 늘 그의 예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반짝이는, 색 옅은 백금색의 눈이 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괜히 바닥을 내보이는 기분이 들어서, 때때로 두려워지고 만다.
너는 이런 나를 사랑해?
그건 언제가 되어도 묻지 않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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