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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오우치가 제 몸을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보다 못하게 취급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으나, 그 날은 유난히 정도가 심했다. 팔다리가 전장에 나뒹군 것은 수 십 번이었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제 몸을 화살받이로 던진 일은 셀 수도 없었다. 움직일 때 마다 근육이 찢어진다고 경악을 해도 토오우치는 그저 거칠게 화살을 뽑아 내던졌다. 그의 늑대는 그날따라 거칠게 날뛰었고, 적군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그러니까, 전투가 끝난 이후의 피해를 기준으로 계산하였을 때 그랬다.
  전투 당시에 어땠냐, 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토오우치가 사납게 날뜀으로써 오다군의 피해가 줄어든 것은 맞으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저들의 패배가 눈 앞에 당도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적군은 총대장을 노리고 일제히 달려들었고, 한 번에 이루어진 공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들은 호위를 제치고 오다의 앞에 당도했고, 원하던 대로 검을 찔러넣었다.
  불운하게도 그들의 검날이 난자한 대상은 고대하던 총대장이 아니라 그의 측근이라는 점이 그들의 실패를 증명한다. 검날이 파고든 곳은 토오우치의 심장이었고, 총이 날려버린 것은 토오우치의 머리였다. 그 뒤로는 간단하다. 오다의 나머지 측근과 노부나가 자신이 그 결사대를 죽여버렸고, 그들은 자신이 이루어낸 유일한 성과가 사실 하등 쓸모도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죽었다. 오다의 어전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전장의 비명이 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왔다. 달큰하게 올라오는 혈향. 식욕을 돋구는 독특한 향기 속에서 한낱 육편으로 전락했던 육체가 서서히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머지 않아 심장이 뛰었고, 뚫리고 너덜너덜해졌던 육체는 태어났던 순간과 다름없이 완벽하게 돌아왔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이내 토오우치는 거친 숨을 들이킬 때, 소생의 순간은 완전히 지나갔다. 눈을 뜬 토오우치는 조금 거칠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흙먼지와 얽혀서 검고 더러운 색으로 변한다.
 
  “주군은?”
  “무사하십니다. 토오우치씨 덕분에.”
  “그 새끼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
  “주군이요?”
 
  가벼운 놀라움을 표시하는 목소리와 함께 토오우치는 옷을 추스렸다. 여러 자루의 검과 여러 개의 총알에 당한 옷은 이미 넝마조각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였으나, 어쨌든 몸을 가릴 수는 있었다. 이꼴로는 못 걷겠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오다는 긴 겉옷을 벗어 토오우치의 머리 위로 던졌다.
 
  “입어라.”
  “? 피가 묻을 겁니다. 안 돼요, 주군.”
  “명령이다.”
  “옷에서 음식냄새 나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대답하면서도 착실하게 몸을 가리는 모습이, 그 꼴로 말을 탈 생각에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전투는 끝났다. 적들은 항복하거나, 죽거나, 후퇴했고, 오다군이 입은 피해는 미미하다. 그야말로 완승, 혹여 오다가 부상을 입었다면 전쟁의 국면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나, 죽음조차 의미가 없는 토오우치의 부상이라면 피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니까,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가 오다군 사이에 퍼져 있었다.
 
  토오우치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축하연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토오우치는 술은 사양하였으나 전공을 세웠으니 연회장을 뜨지 못했고, 카츠이에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미츠히데가 조용히 건네는 축하의 잔을 거절하지는 못했다. 즐거운 날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밤이 깊고 사람 여럿이 술에 쓰러지자 연회는 파했다. 끈질기게 술을 사양하며 제 정신을 유지하던 토오우치도 결국 꽤나 취했다. 사유를 설명하자면 조금 우스운데, 카츠이에의 술병을 물병으로 착각하여 병 째로 들이부었던 탓이다. 아무리 만능의 회복력을 가진 토오우치라 하여도 그렇게 커다란 상처를 여럿 입고 술에 취하지 않기란 무리였다. 꽤나 독한 술이었는지 토오우치는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인사불성이 되어서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토오우치를 주워간 것은 오다였다.
  단련을 거쳐도 말랑한 구석이 있는 작은 몸은 한 팔로 들어도 충분할 만큼 가벼웠다. 오다는 사람을 시켜 토오우치를 제 방으로 보내는 대신, 자신의 내실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도 꽤나 취해있었고, 퍽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품 안의 사람이 히끅, 하고 작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 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죽고 싶지 않아.
  오다는 술기운에 흐릿하게 멀어졌던 정신이 한 순간에 명확해짐을 느꼈다. 작은 목소리는 의심할 바 없이 토오우치의 것이었고, 그의 품 안에 있는 사람은 입술 한 번 달싹거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묘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보랏빛 눈을 내려 조용하게 토오우치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이미 잠들어버린 사람은 잠꼬대를 중얼거리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히끅, 하고 작게 몸을 떨었을 뿐이다.
  근데, 죽어도 죽지 않는건 더 무서워.
  그 곳에서 작은 가신 하나를 들고가던 오다의 총대장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것이 토오우치의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속마음이 들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으나, 어디서 상식을 가져다 댈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죽지도 않고 그를 지키며, 사라졌다고 알려졌던 히메미코의 핏줄이 눈 앞에서 그를 돕는데. 그러니 그는 깊게 생각하는 대신 특유의 안목으로 판단했다. 그릇이 깨진 것이다, 라고.
 
  걸음걸음 토오우치의 히끅거림은 심해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딸꾹질로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몸이 튀고 몸부림이 생겼고, 결국 오열로 변했다. 새어나오는 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리는 금새 영상이 되었고, 영상은 기억으로 변했다. 오다의 걸음걸음 피냄새 나는 기억이 발자국처럼 남았다. 그러나 위대한 제육천 마왕께서는 제 가신을 깨워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품에 얼러 안고 내실에 들었을 뿐이다.
  긴긴 밤, 토오우치는 몇 번이고 베개를 바꿔야 할 만큼 울었다. 술이 원인이었는지 깨지도 못하고 시달리는 악몽을 총대장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냉정한 눈은 어디까지나 덤덤하게 토오우치의 악몽을 훑었지만, 모르는 일이지.
  그렇게 금 간곳에서 흘러넘치는 것은 모두 총대장의 손에 떨어졌다. 토오우치는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던 인간성이, 인간 아닌 월아족의 손에 고스란히 보석처럼 남았다. 피냄새 흥건한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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