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뮤는 제 앞에 펼쳐진 광경에 질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상자는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한 색이다. 상자가 놓인 테이블은 그에게도 감탄을 끌어내게 만드는 물건이고, 그 위로 나열된 귀중한 것은 그 하나하나가 테이블을 호가하는 가치의 물건이다.
돈만 가져서는 이루어 낼 수 없다.
카뮤는 제 앞에 펼쳐진 선물의 향연을 그리 정의했다. 카뮤는 일주일 전, 그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답지 않게 허락을 구하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그저, 건방진 후배가 드디어 선배를 공경할 마음이 들었다고 여겼다. 이 선물더미가 어디를 보아서 ‘작단’ 말인가?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거칠게 몸을 돌렸다.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옷으로 온 몸을 휘감은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선다.
“먼저 와 있었군요. ”
“네놈.”
“몇 번이고 말하지만 파르바네입니다. 뭐, 호칭은 됐어요. 마음에 안 드는게 있나요?”
겉옷을 정리하는 모습이 이 집에 꽤나 익숙해진 모양새다. 카뮤는 파르바네와 선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제법 고급스러운 도발이다.
“재력과 명예를 자랑하기엔 천박한 방식을 썼군.”
“……아. 그 문제인가요. 시비가 아닙니다. 정말로 선물일 뿐이예요.”
파르바네는 소리 없이 움직여 작은 상자 하나를 들어올린다. 포장지를 뜯어 내보이는 것은 넥타이 핀. 백금과 탄자나이트를 사용한 귀금속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사용하기 좋은 모양이다. 더군다나 보석 안에는 카뮤의 백작가 문장을 세공했다. 누가 보아도 그의 것이다.
“이걸 누구에게 주든, 어떻게 쓰든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그냥, 그래. 집에서 머무른 대가라고 생각해 주세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제 성의입니다.”
“하,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다른 것은 믿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겠지만, 오늘은 진심입니다. 진실로 다른 뜻이 없으니까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당신의 본국에 지원할 무언가를 조달해 주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까요?”
“의미 모를 말은 그만둬라. 무슨 의도지?”
파르바네는 드물게 침묵했다. 날카로운 말이 그의 심장을 베고 지나간다. 카뮤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파르바네를 응시했고, 아주 오랫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파르바네가 입을 열었다.
“말했을 겁니다.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 또 우언을.”
“저는 진심입니다. 믿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만,”
파르바네는 떨리는 어조를 진정시키며 잠시 숨을 들이쉰다. 카뮤는 깊게 들이쉬던 숨이 한 순간 끊어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짧은 순간 파르바네의 감정이 흔들린다. 이내 동요는 잦아든다. 파르바네는 여느때와 다름 없는 미성으로, 확실하게 내뱉었다.
“아무래도 호감을 표현 해 본 적이 없어, 방법을 모르는지라.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을 뿐입니다. 선물은 직접 고른 것입니다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평소와 달리 잘게 떨리는 눈동자가 카뮤를 올려다본다. 그는 한 순간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제가 알던 자와 다른 사람이 제 앞을 차지하고 들어선 감각. 산더미 같은 선물을 모두 고르고, 포장하고, 카뮤에게 배달하기를 지시하는 파르바네는 쉬이 상상할 수 없다. 어째서 파르바네와 같은 위치에 있는 자가 그런 수고를 들이는가?
“그런 짓을 함으로써 네놈이 얻는 이득이 무엇이지?”
“이득……. 만족감과, 당신에게 미움받지 않음을 확인하는 정도, 겠네요. 별로 그런 것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은 아니라서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면 네놈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짓을 벌이는건가.”
“당신을 위해서요, 선배.”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설령 곡을 위해서라도, 저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파르바네는 침착한 어조로 그런 말을 늘어 놓았다. 카뮤는 드물게 초점잡힌 파르바네의 눈에서 애원을 읽는다. 말과 감정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차피 돌려줄 수 없는 것들이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네요.”
그런 말을 덧붙인 파르바네는 제 방으로 올라가 사라졌다. 카뮤는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화와 값진 물건을 바라보며 저것은 저 우민 나름의 애원이구나, 하고 이해한다. 사랑인지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진심으로 변해서, 카뮤에게 자신을 내쫓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써먹을 패가 늘었군. 카뮤는 파르바네의 감정을 간단하게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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