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예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의 등장인물이 꿈에 나오기 시작한다. 뭐, 싫은 기분은 아니니까 그는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연속성을 가지는 꿈,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일을 기억하는 상대방,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꿈. 깨어나면 현실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면 마음껏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말을 늘어놓고, 사랑을 고백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아마?
- 유리우스
- 블러드
- 비발디
- 나이트메어
루시 -> 유리우스
이 기묘한 꿈의 시작, 옛 최애캐(1). 사실 그는 사랑을 적립하니까 현재 진행형. 한동안 유리우스만 꿈에서 줄곧 만난 탓에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꿈에서 보이지 않으면 조금 섭섭한 모양. 자기 캐 해석이랑 미묘하게 다른 최애캐가 꿈에서 나와도 되는 건지 한참 고민 중. 하지만 꿈이니까 마음껏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유리우스를 애정 면에 있어서 이상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나서 날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자제하지 못하는 중. 이걸로 미움받으면 어쩌지 하고 고민할 때도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쯤은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꿈이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은 유리우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유리우스 몬레이에게 가지는 정확한 감정은 ‘이상형’에 대한 주체하기 어려운 사랑. 루시는 언제나 애정을 퍼부어도 받아주고, 내가 떠나도 무너지지 않으며 돌아온 것을 변하지 않게 맞이해줄 사람을 동경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의 공간, 그의 세계에 일부로 편입되어 종래에는 인생 전체에 걸쳐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리우스 몬레이를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며, 꿈에서 만나 무게 없는 사랑을 던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열중해버렸다. 그런 자기 자신을 꼴사납다고 생각하지만 꿈이니까, 넘어가고 있다. 언제나 유리우스의 날카로운 말에 흔들리고 그의 행동 하나에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꿈이니까. 아무래도 조금 편하게 힘을 풀고 있다.
호칭은 ‘쥴’, ‘쥴리아’, 풀로 부르면 ‘나의 쥴리아’ 쯤 된다. Julius 라는 이름을 잘못 읽었던 것을 애칭 삼아 밀어붙이는 것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던 시절부터 부르던 것. 덕분에 오래된 버릇되어서 두어 번 실수한 후에는 그냥 그대로 부르고 있다. 떨떠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유리우스에게 너도 날 애칭으로 부르면 되지 않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섰지만, 물론 유리우스가 그럴 리 없다.
유리우스 -> 루시
갑자기 꿈에 나타나서는 사랑을 핑계로 밀고 들어오는 이상한 존재. 처음에는 나이트메어가 만들어낸 질 나쁜 환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꿈일지라도 루시가 ‘부외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 가능성을 거두었다. 말하지 않은 것을 알고 말한 것을 모르는 일이 있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축의 그를 아는 것도 아니면서 말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묻었다. 그에게 루시는 언제나 변함없이 호의를 이야기하는 존재로, 루시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초면의 그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내뱉은 걸 보아서는 어지간한 바람둥이나 박애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중. 하는 말을 보면 그리 아무 생각 없는 것도 아니면서 대부분 헤실거리는 얼굴로 이상한 말이나 하니까 특이한 놈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대담하면서 의외의 구석에서 소심하고, 둔하면서 이상한 곳에서 예리한 놈으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고 신념을 관철한다는 점에서는 진정한 의미로 ‘부외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라는 감각이 강하다. 어쩔 수 없는 놈이니까 그가 받아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루시에게 어울려주고 있다. 무뚝뚝한 어조로 퉁명스럽게 대답하기 일쑤지만 그도 꿈을 꾸는 시간을 싫어하지 않는다. 덕분에 수면 시간은 착실하게 늘어난 편.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하자면 유리우스는 루시를 알면 알수록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없잖아 있다. 영 둔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완전히 타인에게 무디냐고 이야기하면 아니다. 루시는 대부분을 웃어넘기지만 쉽게 불안해하고, 이상한 곳에서 감각이 다르다. ‘다른’ 세계의 것이라는 사실을 참작해도 이상한 면이 없잖아 있는 그는 때때로 사람 모양을 한 무언가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기분이 들지만, 루시는 착실하게 그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리우스는 신중함을 선호하는 사람이므로, 이런 느린 교류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는 루시를 좋아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호칭은 ‘루시.’ 보통은 ‘너’라고 부르는 편. 타인에게는 ‘그 녀석’이라고 칭한다. 루시의 이름에 성이 없다는 걸 근거로 쟤에게 본명이 따로 있음을 짐작하고 있다. 짐작만 한다. 그는 아마 영원토록 묻지 않을 것이다.
루시 -> 블러드
옛 최애캐(2).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 없는 상대. 그 자신의 특징과 특이한 사고방식에 기반하여 자신 이외의 타인을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느끼는 루시가 ‘동족’이라고 느끼는 얼마 되지 않는 상대. 굳이 따지자면 ‘자기애’에 기반한 사랑을 타인에게 향할 때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이상형이긴 하다. 하지만 쟬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화난다. 그래도 사랑하고, 꿈이니까 적당히 날 선 말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친구 관계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블러드 앞에서는 세뇌처럼, 입버릇처럼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입버릇은 ‘나는 당신을 사랑해.’ 때때로 블러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지만 묻지는 않는다. 사실 블러드 앞에서는 대부분의 생각을 묻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대할 때 가장 편한 상대니까.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하자면 블러드 듀프레에 대한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깊은 곳에 넣어둔 것에 가깝다. 루시는 ‘장미원’의 진상을 알고 있고, 제가 제멋대로 그들의 비밀을 감상했다는 사실을 안다. 알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뿐. 게임은 플레이하기 위해 존재하고, 이야기는 읽기 위해서 쓴다. 그러니 그가 블러드 듀프레의 과거를 알았다고 할 손 사과할 이유는 없다. 단지, 애정과 증오는 뒤섞이면 분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애정과 증오를 중화시켜 감정의 총량을 줄이거나, 애증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길 앞에서 루시는 감정을 통째로 묻어놓길 택했다. 꿈이 이를 강제로 끌어낸다고 하여도, 내보이는 건 사랑으로 족한다.
호칭은 ‘보스.’ 웬만해서는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마피아의 ‘보스’니까 ‘보스’라고 부르는 건데, 껄끄러우면 돈 해터나 돈 듀프레로 부르겠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이름을 부르지 않으려는 행위라서 블러드는 그냥 보스라고 부르라고 두고 있다. 그야, 루시가 ‘보스’라고 부르는 건 언제나 특별한 감정을 담아서 유난히 다정했던 탓이다.
블러드 -> 루시
처음에는 나이트메어의 수작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외자.’ 그는 직감적으로 저 존재가 어딘가에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재미있는 상대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 성품이니 그는 언제나 루시와 이야기하며 잠든 시간을 보낸다. 루시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며 지루한 잠에 의미나마 부여하는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말하지 않은 것을 알고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읽어내는 성가신 인간이라고도 생각하는 중. 그저 굴러다니는 역할 없는 카드와 똑같이 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전반적으로 루시와 거리를 두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그는 안 그래 보여도 신중한 사람이다. 모든 이에게 보이는 태도를 굳이 지적해 여유를 무너뜨릴 이유는 없다. 루시는 괜찮은 대화 상대이며, 동시에 그와 본질적인 면에서 동일하다. 그러니 속없이 떠들어대는 말이 마냥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 이를 참작해도 루시는 ‘재미있는’ 상대이므로 시간을 죽이는 데 나쁘지 않다. 물론 이러한 표면적 교류를 반복하면서도 루시가 어디까지 아는지 가늠하고 있다. 다른 ‘축’의 그를 아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한 것을 알고 있는 모습이 기분 나쁠 때도 있지만, 이를 참아 줄 만큼은 이 시간을 좋아한다. 물론 이는 루시가 꿈속의 상대이기 때문에 보이는 감정으로, 같은 세계에 존재했다면 진즉 잡아다가 저택의 지하 감옥에 처박았을 것이다.
인제 와서는 이런 경계도 퍽 흐려졌다. 이제 같은 세계에 실존해도 문답 무용으로 지하에 처박지는 않을 정도로, 친구라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이 선행하며, 그들의 사이에 감정이 끼어드는 구석은 희미하다. 서로를 ‘인식’하고 ‘파악’하지만 감정은 가지지 않은 사이. 오직 희미한 호의와 흥미가 존재한다. 그러나 블러드는 루시의 ‘사랑’이라는 말을 어느 정도 믿고 있다. 정확하게는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루시의 성품을 파악한 것으로, 가볍게 해대는 말 이면의 의도를 짐작하기 위해 재어보는 중.
호칭은 ‘아가씨’ , ‘ 루시.’ 루시의 이름을 부르면 반응이 몇 초 늦을 때가 있는 걸 근거 삼아서 루시의 이름이 본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언젠가 밝혀낼 날이 올 것이다. 따라서 ‘아가씨’라고 부르는 일이 더 잦다. 일종의 비꼼으로, 어느 날의 대화에서 온실 속 화초라고 이야기한 이후로 정착된 호칭.
루시 -> 비발디
어떤 의미로 완벽하게 사랑.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헌신하며, 행복했으면 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하는 루시에게 있어서 비발디는 재앙 같은 사랑이다. 그는 붉은 장미를 좋아하는 연상의, 내가 기분을 맞춰줘야 할 것만 같은 여성에게 약하다. 이는 가족과 관련된 것으로, 루시는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다. 그는 비발디를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미움받고 싶지 않다. 언제나 숙이고 들어가서 비발디의 기분을 맞춰주면서도 비발디가 웃으면 행복해하는, 여러모로 맹목적인 애정. 프라이드가 높고 숙이길 싫어하는 루시가 금세 사과하는 얼마 되지 않는 상대다.
변덕스러운 비발디에게 맞추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안정적인 관계다. 루시는 비발디가 꿈에서라도 다치면 안절부절못하고, 짜증을 내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며 주변을 맴돈다. 이러한 헌신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며, 비발디가 짜증스럽지도, 화나지도, 공허함을 느끼지도 않길 바란다. 이는 비발디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므로, 유난스럽게 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의 아픈 면을 안다면 누구나 약해지지 않겠는가. 루시는 비발디가 행복하기를, 그 새끼를 포기하기를 언제나 빌고 있다. 물론 입 밖으로 내진 않겠지만, 언젠가 그 새끼를 포기하거나 나를 더 사랑해주길 바란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비발디에게 ‘유일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 한다. 비발디의 과거를 알고, 비밀을 알고, 짜증의 이유를 아는 만큼 제 앞에서 오롯하게 ‘비발디’로 있어 주길 바란다. 저 세계의 그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일이라면 내 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어떤 의미로는 유리우스에게 보이는 것보다 맹목적이고 확고한 애정.
호칭은 ‘비발디.’ 드물게 ‘나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일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호칭은 비발디 본인의 요구에 맞춘 것으로, 아주 다정한 어조로 애정을 담아 입 밖에 내는 목소리는 특별한 환상을 내포하는 느낌이 든다.
비발디 -> 루시
꿈에 나오는 ‘부외자.’ 퍽 마음에 드는 상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으면서 때때로 우둔한 ‘동생’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짜증 나기도, 귀엽기도 하다. 비발디에게 있어서 루시와 꾸는 꿈은 또 하나의 장미원이다. 단지 이 장미원은 증오 한 점 없는 곳이라서, 그는 꿈을 즐거워하고 있다. 홀로 여왕으로 살기로 맹세했으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지 않을 비발디가 유일하게 ‘비발디’로 존재하는 곳. 과거도 미련도 없는 ‘현재’의 공간이다.
그는 루시를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받고 있다. 루시와 함께 있으면 짜증과 초조함은 가라앉고, 화려한 장미의 환상은 아름답다. 저 부외자는 텅 빈 속을 메울 때 비밀보다 효율적이다. 안색을 살피고, 기분을 풀어주며, 장미로 비를 내리는 저 ‘부외자’는 마음에 든다. 비발디는 분명 루시를 좋아하고, 이는 사랑과 닮아있다. 덕분에 비발디의 수면 시간은 점점 늘어나는 중.
동시에 루시는 꿈속의 존재이며 한순간의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귀염성 있는 여동생이며, 꿈꾸는 것을 기껍게 만드는 존재이고, 시선으로 하여금 비발디를 고정하는 사람이며, 가장 눈에 띄는 장미이다. 증오스럽고, 짜증스러우며, 사랑스럽고, 후회스러운 장미원과 달리 루시의 장미 들판은 조용하다. 그는 언젠가 충동에 휩쓸려 루시를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가 진실로 꿈속의 인물이라면, 비발디가 루시를 죽이고 후회한다면 평소처럼 달려와 기분을 살필 것이다. ‘비발디, 무슨 일 있어?’ 하고. 설령 죽음 너머로 끌려갔더라도 루시가 그러할 것을 알고 있다.
호칭은 ‘루시.’ 이름과 호칭에 별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때때로 루시를 부를 때 이름이 헛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있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루시 -> 나이트메어
최애캐는 아니지만 꿈에 자주 나온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제가 드디어 미쳐서 머릿속에 하나의 세계의 구축했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주범. 다른 영주와 잠드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실제로 그런지, 제 머리가 그런 설정을 생각해 냈는지는 넘겨두고) 그와 꼬박 밤새워 이야기 할 때도 있고, 다른 이들을 만난 후 깨기 직전에 몇 마디 섞을 때도 있다.
나이트메어는 루시의 머릿속을 읽지 못하고, 이를 조금 아쉬워하고 있다. 아무래도 머리를 읽을 수 있으면 언어의 오해 없이 대화할 수 있지 않을지 기대했기 때문. 가끔 그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지치고 짜증 나지만 정든 캐릭터니까 이야기하는 시간은 즐겁다. 기본적으로 ‘몽마’의 얼굴을 한 나이트메어와 대화하는 걸 편하다고 느낀다. 현실의 나이트메어를 연상할 법한, 일하기 싫어하거나 아파하면서 병원에 가기 싫다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게 그 나름의 어리광에 친밀함의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마찬가지. 애정에서 기반하는 스트레스인 만큼, 자기 자신을 방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대로 연을 끊어버리고 싶어 한다. 결국, 나이트메어에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반쯤 눈물로 호소함으로써 마무리했다. 이를 제외하면 즐거운 대화 상대. 뭐, 떼쓰는 건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나이트메어의 이런저런 면도, 과거도 알고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를 바라볼 때면, 진짜로 저이가 살고있는 세계와 연결된 것이 아닌지 기이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꿈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진 않고, 낮에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 과몰입이라고 생각해서 깊게 고려하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이상하긴 한 듯.
호칭은 나이트메어, 혹은 ‘메어.’ 하고 줄여 부를 때도 있다. 유리우스를 애칭으로 부르는 걸 보고 나이트메어가 섭섭하다는 말에 대충 줄여본 이름이지만 퍽 입에 붙었다.
나이트메어 -> 루시
너는 ‘별’ 같은 사람이구나, 루시. 절대 잡혀주지 않을 거면서 언제나 손안에 있는 것처럼 굴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인 주제에 애정 한 줌이면 네 모든 세계를 줄 것처럼 이야기하지.
언젠가 나이트메어는 루시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고 루시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 루시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 루시는 나이트메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무엇도 숨기지 않았고, 이로 하여금 루시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실에 가깝게 추측하고 있다. 루시가 절대 그들의 곁에 머물지도, 잡혀주지도 않으리란 사실을 안다. 한순간의 유희고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꿈일 때 비로소 루시가 저러한 애정과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허나 루시의 걱정은 다정했고, 애정은 따스했으며, 유쾌한 대화는 즐겁다. 그러니 이 시간이 최대한 길었으면 좋겠다.
다른 역할자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희미하게, 때때로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루시가 등장하는 것은 언제나 그의 영역인 꿈. 그는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루시의 ‘이질적임’을 느낀다. 동시에 그가 아주 느리게 그들과 비슷해짐을 알고 있다. 언젠가, 그들의 세계에 올 날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허나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는 ‘지금’에 충실하기로 했다. 이 꿈은 언젠가 끝나 다시는 꿀 수 없을 것이고, 아무리 그라도 루시의 꿈을 다시 찾아갈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며, 아무리 붙잡아둬도 루시가 그의 능력을 거절하면 끝이라는 사실을 안다. 알아도 하등 의미 없는 일이지만, 이 세계에 의미 있는 것이 얼마나 되던가?
루시의 생각을 읽을 수 없음이 불안할 때가 있다. 그의 기색을 읽은 루시가 제 생각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불안할 일은 없지만, 가끔 저 말의 이면이 궁금할 때가 있다. 루시에게 제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음이 신선하기도, 두렵기도 하다. 그의 능력이 통했다면 이 꿈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때때로 루시가 깨어나는 순간에 하곤 했다.
호칭은 ‘루시.’ 그도 애칭으로 부를지 물어본 날, 웃으며 루시가 나는 이 이름이 애칭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 루시에게 본명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심성 없이 물어보는 일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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