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뮤에게 있어서 사람과의 접촉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늘 사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접촉 없는 깔끔한 관계를 선호했고, 피부와 피부가 맞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가질 관계를 형성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서 온기가 오가는 접촉이란 생소하고 연이 없는 종류였다. 가벼운 악수라면 모를까.
허나 그의 인생을, 어쩌면 가치관마저 뒤흔들었을 그 모든 변화들은 작은 접촉에서 시작했다. 넓은 면적도 아닌, 그저 손 끝에서 시작한 그 작은 접촉. 온기가 오가지도 않은, 악기로 뻗어내는 손을 통한 접촉.
그에게 있어 그저 재수없는, 반반한 후배였던 나비가 그리 큰 의미를 가지게 된 최초의 시선변화도 결국 손끝에서 시작했다. 절규하듯 쏟아내던 바이올린의 선율. 그는 음악을 한 두해 한 사람이 아니다. 진심을 다한 연주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그 선율에 새삼스럽게 눈이 닿은 이유는. 처절해서? 아름다워서? 아니었다. 모두 아니었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그 이유가, 그 감정이 카뮤의 근간에 닿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소리쳤다. 그는 음악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얼음을 건드린 가장 큰 요인도 그 손가락이었다. 우연이 스치고 지나간 왼손에 가득 박힌 굳은살. 그의 손끝이 우연히 스친 왼쪽 턱 아래에 거칠하게 변한 피부. 음악에 대한 열정의 흔적.
어쩌면 그의 인생을 감싸안을 사랑의 씨앗은 그 손끝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르지.
2016.04.16
댓글 0
> | 어쩌면, 손 끝에서 | 2018.11.18 | 2018.11.18 | 9 |
29 | 죽여줘 | 2018.11.18 | 2018.11.18 | 6 |
28 | 당신이 | 2018.11.18 | 2018.11.18 | 2 |
27 | 무제 | 2018.11.18 | 2018.11.18 | 5 |
26 | 겨울요정님과 얼음백작 이야기 | 2018.11.18 | 2018.11.18 | 8 |
25 | 1년 전의 나, 10년 후의 당신 | 2018.11.18 | 2018.11.18 | 4 |
24 | [ 드림 평일 전력 ; DOLCE ] ❥ 제 186회 주제 : 너를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 | 2018.11.18 | 2018.11.18 | 32 |
23 | 생일 축하해! | 2018.11.18 | 2018.11.18 | 2 |
22 | 환상, 무엇을 보는가 (잔혹동화 합작) | 2018.11.18 | 2018.11.18 | 3 |
21 | 100번째로 반복하는 사랑의 말 | 2018.11.18 | 2018.11.18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