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그런다. 잠시 멈춰 공기를 음미하며 태양의 온기를 한껏 즐기는 일. 온 몸을 타고 도는 온기와 말캉하고 햇볕 내음 가득한 순간을 기억속에 박아넣는 일. 감긴 눈 위로 빛은 사정 봐 주지 않고 쇄도하고, 붉은 빛이 눈 앞에 비친다. 어둠은 찾아오지 않는다. 추위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비.'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린다. 눈은 다급히 찾아든 빛에 고통을 호소하며 주변을 살핀다. 아파오는 눈을 몇 번 더 깜빡이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이 주변은 아무도 없다. 눈을 감기 직전과 바뀐 점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문득,
봄은 슬슬 끝을 맞이한다. 만개하여 낙화하는 꽃잎들이 쓸쓸하게만 보여 손을 뻗었다. 길고 곧은 손가락, 현과 건반 위를 누벼야 할 손. 붉은 꽃잎이 손 위에서 짓눌리며 피 흘린다. 손에 붉은 물이 들고 아름답던 모습은 처참하게 변한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꽃잎의 모습은 마치 심장과 같아, 다시 구두의 굽으로 짓뭉게 버렸다.
하늘 한 번 더럽게 맑네. 중얼거림을 남기고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뒤를 돌아봐도,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득,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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