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을 연주하려던 참이었다. 악기를 펼쳐 활을 팽팽하게 당기고, 송진을 발라 현을 조율하며 가볍게 손을 풀기위해서 스케일까지 끝냈다. 어떤 곡을 연주할까, 한가하게 팔랑팔랑 악보를 넘겨볼 그 즈음. 팔랑거리는 소리 너머 흐릿하게 첼로소리가 들렸다. 첼로라니, 듣고도 우스울 지경이다. 제가 연주 가능한 악기는 피아노와 바이올린뿐이고, 여긴 제 개인 연습실인데. 연습실이니 만큼 방음은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첼로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아프리카에서 한국어를 들었다고 하는 말이 더 신빙성 있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악보를 살폈다. 금방 사라질 줄 알았던 소리는 꽤 오래 주변을 맴돈다. 이거 연주할 때는 거슬리겠는데, 어제 들은 첼로 곡들이 머리에 깊이 남았나? 그 연주자는 별로였는데. 잡생각들을 먹고 첼로소리는 점점 크고 선명하게 변해간다. 종래에는 바로 옆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기라도 한 듯. 선명해졌다. 아마 실제로 연주하고 있겠지. 귓가에 울리는 진동은 이게 환청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다. 온 몸이 울리는 진동.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가볍게 한숨을 쉬며 애써 외면하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의 근원지에는 처음 보는 백금발의 남성이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물론 연습실도 제 연습실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곳이고. 또 잠들기라도 했나,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인다. 요즘 기면증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또 쓰러지듯 잠들었다면 제발 악기가 무사해야 할 텐데. 깔렸거나 부딪혔다면 큰일이다. 쓰러지면서도 지켜 냈을 테지만. 불안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지금 생각해 봤자 답은 없을뿐더러, 첼로의 선율이 귀를 홀린 탓이다.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한 선율. 절절한 울부짖음이 방을 가득 채운다.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과는 달리 악기는 상처받는 속을 내보이고 있다. 찢어지는 슬픔으로 점칠 된 그 악기소리가 서글프다. 몸 전체를 울리는 소리가 참 아름답다 느낄 무렵, 바이올린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다가온다. 여기 맞춰도 될까, 악기를 들고 잠시 고민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눈을 감는다. 악기를 어깨에 올려 활을 가져다 댄다. 그나마 아는 곡이라 다행이네. 첼로와 바이올린 합주곡. 이제 여기부터 들어가면 되겠지. 현위에 활을 얹어 숨을 들이쉬고, 내린다. 깔끔하게 어울리는 소리, 음이 연습실을 가득 채운다.
한 번도 맞춰보지 않은 상대와 하는 합주는 늘 어렵다. 그의 성격도, 연주하는 스타일도 모르니 그때그때 맞춰야 하고, 분위기를 맞추는 일도 일이고. 웬만큼 친하거나 오래 보지 않았다면 몇 번 맞춰봐야 제대로 연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와의 합주는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졌다. 초면에 대화 한 번 나누어보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실 그가 제 연주하는 스타일을 잘 알기라도 하는 듯 깔끔하게 맞춰 주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저는 제 멜로디에 취해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도 없잖아 있으니 반쯤은 확실하다. 새삼 제 앞의 남자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분명 박자가 일정하지 않은 부분이 여럿 있을 텐데? 제 박자는 기분에 따라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일이 잦기 때문에 맞추기 어렵다. 잠깐 그의 실력이 정말 괴물 같다는 사실에 고민했지만, 가볍게 넘겼다. 뭐, 꿈이라 그렇겠지. 뭐가 안 되겠어? 잡념을 지워내고 악기에 집중한다. 자꾸 감정이 흔들려 박자까지 흔들린다. 휩쓸리지 말자, 몇 번을 다짐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 이러면 자꾸 박자가 뭉게질텐데. 여기는 음을 하나하나 끊어야 제대로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데. 애써 흐릿해지는 시야를 되돌렸다. 이번에는 첼로 솔로. 조용한 피아니시모로 반주를 넣고 있으면 첼로가 퇴폐적인 음색을 뽐낸다. 원래 밝은 분위기의 곡은 아니었다 하여도, 이번 연주는 어둡기 그지 없다. 울부짖는 듯 한 첼로의 음색이 절절하게 휘감고 죄어온다. 마치 울다 지쳐 울 수 없는 자의 속에서 휘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이. 거창한 감상이지만 정말 그런 기분이 든다. 이 곡이 이런 느낌이었던가? 청회색의 감정에 동화된다. 제 감정인지 그의 감정인지 모를 소용돌이는 끊임없이 회전한다. 빙글빙글,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감정들이다. 그럼에도 악기 소리에 풀려버린 그 작은 틈 속으로 감정들은 기어들어와서는 한껏 분탕질을 쳐 놓는다. 작은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소용돌이친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음이 끝나간다. 반주로 바뀐 음색위에 멜로디를 얹는다. 조금씩, 조금씩 고조되어가는 감정. 악센트, 크레셴도, 포르티시모. 활을 더 크게, 온 몸으로 리듬을 타면서. 예전에 레슨을 받을 때 들었던 목소리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 바이올린 솔로, 숨을 들이쉬어 눈을 감고. 활을 내려 소리를 뽑아낸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음색으로. 저쪽에서 잃어버린 연인을 찾아 울부짖는다면 이쪽에서는 사라져야만 했던 연인이 후회하듯.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격하게 소리치던 소리를 줄인다. 담담하게 시작하는 솔로. 변명하듯, 이해시키기 위해 시작한 말은 결국 몰아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미안해, 행복해야해. 사랑해, 가기 싫어. 수많은 단어를 현에 담아서. 활 전체를 사용해서 연주한다. 온몸으로 선율을 타면서, 비브라토를 조금 더 크게. 격하게, 소리치듯. 마지막으로 지속음. 절절한 비브라토. 잔잔하게 다시 시작된 멜로디는 점점 커진다. 포르티시시모, 활털이 한 두 가닥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세기로. 그렇게 더욱 커진 소리에 첼로가 들어온다. 주고받는 선율과 멜로디. 그 악기소리를 이해하기하도 하는 양 서로 감정이 오간다. 가야만 했나, 미안해. 나를 그리 버려야만 했냐. 그리 묻고 있다. 할 말이 없어. 변명이라도 해 봐, 믿어 줄 테니까! 사랑해서, 사랑해서 그랬어! 바이올린이 높고 절절하게 소리치면 첼로가 낮고 처절하게 절규한다. 감정은 그렇게 두 사람의 공간을 울린다. 세상이 끝나도 서로만을 바라볼 연인.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별. 절규하던 감정은 서서히 잦아든다. 둘 모두 침묵으로 서로의 감정을 외면한다. 작은 어둠으로 덮어 둔 감정 덩어리를 무시한다. 그렇게 서서히 잦아드는 소리는 종장을 맞이하고 아련한 진동이 연습실에 남아 격해졌던 감정을 감싸 안는다.
마지막으로 비브라토. 서로 활을 들고, 그와 함께 고개도 들어올린다. 새삼 마주본 그의 얼굴이 어색하다. 아까 합주할 때 까지만 해도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감정을 교환하고 별 난리를 다 쳤는데 악기를 놓고 제 감정으로 돌아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생각 없이 그에게 별 감정을 다 쏟아 부었던 저를 책망하고 싶을 정도다. 이 어색해진 공기를 어쩌라고.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마주 응시한다.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린다. 정말 이런 공기는 어색한데. 어쩌지. 한참을 그렇게 어색하게 서 있었을까, 이대로 시선만 피하다가는 끝이 안 난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제야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뭐, 내가 죄라도 지었어? 그냥 부딪혀 보는 거지. 악기를 조금 더 강하게 쥐며 그와 눈을 마주했다. 일단 첫 인상은, 하늘색의 눈동자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눈 안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에 숨이 막힌다. 이리 강한 감정을 대면하기도 처음이라 어색하기 그지 없으나 일렁이는 감정이 너무 선연하게 닿아와서 정말 제가 그 감정을 겪기라도 하는 양 눈물이 흘렀다. 분명 슬프게 절규하는 사람은 그임에도 불구하고 생면부지의 사람의 감정이 너무나도 절절해서, 그 상대가 저라는 기분까지 들어서, 눈물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 흐르는 눈물은 온전히 제 탓임에도 오히려 남자가 더 애달픈 표정을 짓는다.
막을 수 없는 눈물은 턱 아래로 낙하하고, 둥근 자국을 남긴다. 흐느낌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울음은 어딘가 비어있기라도 한 듯 허망하다. 아, 악기. 악기가 물에 젖기라도 할까, 흐릿해진 눈으로 악기를 올려두었다. 이 상황에서도 악기를 먼저 생각하는 제게 실소를 흘렸지만, 여전히 악기는 소중했다. 천으로 닦아내고, 떨어지지 않게 곱게 올려두고. 이대로 악기만 바라보고 있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거칠게 몸이 돌려세워졌다.
아플 정도로 끌어안아오는 손이 너무 절박해서, 다시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제가 유일한 구명줄인양 아플 정도로 끌어안아오는 손. 표정을 볼 수 없어도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는 감정. 위로하듯 저도 힘껏 그를 끌어안는다. 울지 못하는 사람의 눈물을 대신 흘리며, 닿지 못할 위로의 말을 뱉어낸다.
“괜찮아요, 괜찮아. 시간이 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거에요. 괜찮아요.”
무어가 괜찮단 말일까, 어찌 시간이 심장에 난 상처의 아픔을 없앨 수 있을까. 이미 그 아픔에 죽어버리고도 남았을텐데. 시간이 그를 고통에 익숙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치명상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 그저 뭐라고 위로해야 한다는 미묘한 책임감에, 되는대로 지껄이는 말일뿐. 안타깝고, 또 안타까워서. 토닥토닥, 말에 맞춰서 등을 두드린다. 키 차이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 푸른 눈동자가 여전히 상처받아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상처받은 눈동자가 아직 눈에 아른거려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기묘한 예감, 이 상처가 제 탓일거라는 확신. 죄책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온다. 미안해요, 다시 되지 않는 말을 짓껄이며.
팔에서 살짝 힘을 빼자 꽉, 서로의 간격이 없어질 정도로 끌어안는 손길은 처절하다. 고개를 들려하자 한 손으로 눌러버리고, 떨어지지 않도록 팔을 두르고. 가볍게 가슴팍을 밀어도 남자의 팔은 전혀 미동조차 없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기분 나빴을 접촉은 절박함과 슬픔에 묻혀 그저 안타깝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었을까, 그럭저럭 감정이 정리되었다. 그러고 보니 흘린 눈물에 옷이 젖었을 텐데. 민폐끼쳤겠다. 그런 생각으로 몸을 떼려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팔. 떨리는 몸에서 여전히 절박함이 느껴져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괜찮다고 그를 달래는 일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눈물이 잦아들고 그의 떨림이 잦아들었을 즈음. 떨리는 손이 제 양팔을 잡는다.
아플 정도로 팔을 꽉 쥐는 손이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차마 떨쳐낼 수 없게 만드는 고통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 마치 살을 찢어내듯, 떨리는 손으로 저를 몸에서 멀리한다. 정확히 마주한 눈은 차가운 색을 띠고 있건만, 그 안에서 보이는 상처는 그렇지 않다. 제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고통에 오랜 시간을 시달렸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더 안타까웠다. 떨리는 눈동자.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느꼈을 때, 그가 팔을 더 강하게 쥐었다. 윽, 작은 신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는다. 그제서야 저릿하게 손에 피가 통한다. 이거, 멍들지 않을까. 움직일 때 마다 욱신거리는 팔을 눌러보고 있으니 그의 손이 움찔거린다. 왜 그러는거지? 위로 시선을 돌리니 눈에 띄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인다. 제가 아프다는 사실에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아까보다 그 상처가 깊어졌다. 그 눈이 안타까워 느릿하게 손을 뻗는다. 미미한 욱신거림을 무시하며 그의 얼굴 가까이 손을 가져다 대었을 즈음, 실례가 아닐까 싶어 다시 손을 내리려 했다. 그가 잡지 않았다면 분명 내리고 뒤돌았겠지. 그러나 그 시도는 남자가 제 손을 끌어 그의 볼 위에 올려놓음으로 무산된다. 그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소름이 온 몸을 타고 내달린다.
다시 눈이 마주치자 온전히 저를 향해오는 감정에 숨이 막힌다. 눈빛에 묶여버린다는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남자의 눈동자는 매혹적이었다. 그래, 진실로 아름다웠다. 그의 눈은 정말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내던져버린 사람의 눈이다. 그 감정은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제가 소름이 돋은 이유는 절대 정상적인 감정이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기에 가까운 사랑, 숭배가 섞이고 세상의 중심을 당신으로 바꾸어 그 사람을 사랑했겠지. 쏟아내야 했으나 너무 오래 고여 있었던 감정은 이미 썩어버려 그를 품고있는 이에게 고통을 선사할테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품었으리라 예상되는 감정은, 질척거리기 그지 없다. 질척하게 달라붙어 숨통을 틀어막는다. 단단히 틀어쥐어 놓지 않고는 조금씩, 조금씩 그 상대를 좀 먹기 시작한다. 시선을 돌릴 수조차 없게 만들어 그 눈빛을 온전히 묶어두고도 만족하지 못할 갈망. 욕심, 광기, 집착. 상대방도, 당사자도 괴로워할 감정이 검게 반짝거린다. 어찌해야하지. 이리 강한 감정을 마주하는 일은 처음이라 대처 방법을 모르겠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망설이기를 잠시. 기묘한 위화감이 들어 눈을 감는다.
아, 돌아갈 시간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작별해야하는구나. 백일몽은 이제 끝나야한다. 저는 사라지고 둘 다 현실로 돌아가야지. 감은 눈을 떠 보니 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그래, 세상을 잃은 듯 일그러지는 저 얼굴은 제가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작별을 위해 입술을 달싹인다. 미, 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난감하네, 뭐라도 말 해야 할 텐데. 몇 번 더 입술을 달싹여 보지만 성대가 사라지기라도 한 듯 목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 현상이 잠시라는 확신에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지 않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웃는 일 뿐이었다. 아직도 흘러내릴 듯 눈가에 고인 눈물을 매달고는 그저 처연하게. 예전부터 하던 말을 떠올리며. 마지막은 웃음으로 기억되길.
'행복 해야 해요,'
제 앞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그 감정을 쏟아낸 자에 대한 예의를 차려보였다. 안타까웠다는 이유 외에도 그에게 이유 없는 호감이 생긴 까닭도 있고. 굳이 이유를 하나 더 붙이면 그가 내게 쏟아낸 감정이 너무 절절했던 탓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짧고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만큼 그가 행복해 졌으면 한다. 다시 볼 일은 없겠지만. 백일몽은 그저 하루의 꿈으로 끝날테니. 그리 생각하며 웃어보였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상황에서도 그는 그닥 세간의 기준으로 못생겨지지 않아 신기하다. 고개를 한 번 갸웃. 이제 끝. 깜빡. 눈꺼풀이 시야를 한 번 가리고는 올라간다. 그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익숙하디 익숙한 연습실. 제 악기 케이스가 보인다. 백일몽이 끝났다. 이제 악기 정리 해야지. 다행이도 악기는 손에 들려있다. 아직 남은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악기를 곱게 케이스에 정리한다. 이 상황에서도 악기를 닦는 제게 작은 실소를 보낸다. 정말 나는 방금까지 무엇을 보았던 걸까.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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