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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저는 아주 사소하기 짝이 없어서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다. 신들의 이야기이니 신화라고 불러도 상관 없겠지.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과 인간의 이야기이다. 신이 되어가는 인간과, 영영 신으로 살아온 신의 이야기. 지금부터 언급할 인간을 어덯게 부를지는 자유이나, 그녀가 그 신과 처음 만날 때 사용하였던 이름을 기준으로 두면 '셰키나 테오파네스.' 그래, 이건 화자의 입장에서 하는 셰키나 테오파네스에 대한 독백이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세키나 테오파네스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살린 것이 사랑이었고, 삶의 이유를 붙여 놓은 것도 사랑이었으며, 그녀가 가장 가치 높게 치는 감정도 사랑이었다. 그녀는 실로 사랑을 통해 살아가는 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라는 대답을 들으면 별로 할 말이 없음이, 그녀에게는 사람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은 그저 퍼붓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그는 그녀에게 퍼부어진 사랑이 그런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사랑받았고, 사랑을 돌려주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연명도 그리 어려운 축에 들지는 않았다. 사랑을 함으로써 살아간다면, 그저 아무것이나 잡고 사랑한다 말하면 될 일 아니었는가? 그럼에도 그녀는 측은지심에, 저 자신이 안타까와 상대방을 정하기로 하였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쏟아 붓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어리기 짝이 없는 소녀였음에, 그녀는 절대 저를 보지 않을 존재를 택하였다. 지금껏 외로움에 절어 타인을 절대 들이지 않았던 신을 붙잡고 제 사랑을 봐 달라 호소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이 그를 어찌 흔들지도 모르고.
 
  아무리 연약한 인간이라 하여도 사랑을 하면 강인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녀와 같이 무언가를 '타고난' 자는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 기민하게 변하기 마련인데, 그녀의 재능은 필요를 아는 것이었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그에게 주게 만들고야 만 것이다. 우습지도 않은 이 재능은 그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쳐들어가게 허락하였다. 수억년의 시간안 쌓아올린 미궁의 한 가운데 걸어 들어가 그에게 고독을 알게 하였고, 그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 누구도 들이지 않은 미궁 속에서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하고야 만 것이다.
  그는 전율했다. 영생의 시간동안 지속될 외로움을, 그녀가 끊어 낼 수 있다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신은 제 신관을 모두 잃던 날 하였던 맹세를 어겼다. 그녀에게, 시험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소녀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행동이었으나 어린아이는 도망쳤다. 제가 그를 뒤흔든 것이 두려워 도망쳤다. 그 절대자가 저를 내려다 볼 것이, 제 감정에 답을 주려 하는 것이 두렵고, 또 두려워서. 아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행이라고 할 것은 그녀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오래, 아무리 멀리 도망치다가도 결국 뒤돌아 책임지고야 말 사람이니, 그는 그저 기다리면 될 노릇이었다. 제 상처를 드러내고 기다리면 그녀는 연민과 동정에, 안타까움에 그를 또다시 사랑하고 그 품에 안겨 줄 것이다. 허나 그에게 그 도주는 어찌 받아들여졌는가.
  제 기나긴 삶에서 단 한 번. 단 한 번 들어온 이가 저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것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관계를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뒤틀었고, 그에게서 미련을 빼앗았다. 긴 시간 해왔던 고민이 종식되었다. 그는 외로움에 이름을 불렀으나, 그 세계가 그를 외롭게 하였다. 그렇다면, 그의 입맛에 맞게 다시 한 번 만들면 될 일이 아닌가?
  그리하야 그는 결국 제가 이름을 부른 세계의 이름을 빼앗으려 들었던 것이다.
 
  그 앞에서,
  그녀가
  죽으려 들줄 모르고.
 
   그가 다시 쌓아올린 미궁은 넓고, 높았다. 그 누구도 들이지 않기 위해서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허나 소녀는 그 모든 벽을 베어내고 그의 앞에 다시 섰다. 그가 저를 필요하지 않는다 판단하고 제 방식대로 책임을 지려고 들었다. 그의 앞에서 그녀는 행복해지라 말하며, 그가 이름을 빼앗으려던 세계에 이름을 주었다. 제 목숨을 버려가면서. 
  그녀는 죽어가면서도 이것이 제 이기심이라 호소했으니 어찌 아닐까. 그것은 실로 이기심이었다. 그의 세계를 뒤엎고 다시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뒤틀고야 말 이기심이었다. 분명 그의 고고함은 마땅히 그녀를 죽여야 했으나,
  그녀가 없으면 누가 그를 구원한단 말인가?
  신에게 남은 마지막 신관은 그런 의미였다. 아무리 그녀가 저를 배신하였다고 한들 마지막 신관이 그녀라면 그는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오직 그녀만이, 그녀의 칼만이 그에게 내려진 고독의 연쇄를 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모르는 일이었으나, 푸른 눈을 하면 아이는 꼭 인간이 아닌 것 처럼 보였다. 금빛이 신의 색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꼴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온전한 금빛 눈을 하고, 그의 앞에서, 또다시 그 빌어먹을 입으로,
 
  '제후티, 저는 어떻 해야 할까요?'
 
  물어보는 그 순간에야, 그는 떠올렸다. 묶고 얽매어 숨겨버린다면 그는 영영 외롭지 않으리라.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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