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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 온기, 존재, 필요성

admin 2018.11.18 21:07 read.22

  잔뜩 지친 빛. 그녀를 수식하는 수식어 중에서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되는 말이었다. 그녀는 잔뜩 지쳐서,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빛이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타오르는 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멀어지는 별. 그래서 그들은 빛을 갈구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사람, 몇 안 되는 프로듀서. 그 정도의 지위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있고 싶었고, 그들은 혁명으로, 또는 그 자신의 재미를 위해,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해 바빴다. 전혀, 전혀 엮일 소지가 없는 이들이었다.
 
  히비키 와타루에게 순수한 놀라움을 선물한 몇 안되는 사람. 단신으로 학원에 군림하던 피네를 박살내 버린 여제. 그 모습은 놀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퍼뜨리는 기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있어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 사실이 흡혈귀와 몰락한 제왕에게 흥미를 불렀다. 허나 그게 다 였다. 그게 다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장 밝은 사람의 어둠. 멀어져 가는 세계와 존재하지 않는 온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강하게 빛나는 사람. 그 어둠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덤덤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그에게 성큼 다가섰다.
 
  사쿠마 레이에게도, 그녀는 그저 그랬다. 애초에 사쿠마 레이라는 사람이 그랬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 사람인지 조차 불분명하여, 벽을 두고 그 안에서 대화하는. 그는 그만의 관안에서 살아왔다. 공백과 과거 속에서 완전히 변해버린 사람. 그에게 있어 그녀는 또 다른 혁명의 씨앗이 될 사람. 그 정도였다. 허나 그녀는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의 관 안에 서슴없이 들어간 첫번째 사람. 관에서 일어나면 처음으로, 늘 보이는. 그의 일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어 은은한 빛을 뿌리는 사람. 그녀는 밤의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흡혈귀에게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빛이 되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에게 다가가 어느 순간 놓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제 관을 허락했다. 
 
  이츠키 슈. 가련하게 추락한 제왕. 황제의 그늘 아래 가려 잊혀져가는 전사. 그는 모든 사람을 거부하고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억지로 끼어 들어간 사람이 그녀였다. 아무렇지 않게 수예부실에 들어가 선물을 두고 나오고. 굳이 말을 걸지 않고 그저 그의 공간에 존재했다. 
  지친 얼굴로 그저 말없이 수를 놓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그녀에게서, 몰락한 제왕은 저를 발견했다. 그렇게 서서히 거리가 좁혀졌다. 그녀는 그렇게 그에게 다가갔다. 저혈당으로 쓰러진 다음 날이면 수예부실에 크로아상이 놓여 있었고, 가끔 마드모아젤의 옷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그녀에게 친절했다. 한 눈에 보이는 차별된 친절. 그는 언제부터인가 마드모아젤 대신 그 자신이 그녀와 대화했다. 
 
  가장 절친한 친우들이 한 여자에게 연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어느 영화나 소설 따위에서 나올만한 상황. 그 상황에 그들은 무언가 어긋나고 있음을 느꼈다. 허나 느끼는 일 이상은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빛을 보여주었고, 한 번 맛본 빛을 두고 다시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다.
  우정, 사랑. 어긋나는 관계. 그 속에서 여전히 그녀는 누구 하나를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대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선 안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지쳤다고 말하는 그녀의 벽은 굳건했고, 제 어둠을 드러내는 대신 다른 이들을 보듬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괴로웠다.
 
  누군가 말했다. 그녀에게서 제가 사라져도 그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침묵이 동의를 나타내었다. 그리워 해 줄까. 연기처럼, 기체처럼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이미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사람인데, 그녀는. 의문의 단어가 아프고 쓰린 상처가 되어 그들을 상처입혔다. 
  여전히 그녀는 상냥하고, 밝았다. 그게 더욱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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