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은 존재하는 걸까? 그냥 그런 질문을 툭 내던졌다. 동정과 안타까움의 경계가 존재는 하는가. 나는 안타까움이라는 명목아래 동정이라는 모욕을 그에게 던지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석양이 지고있다. 석양이 지며 세상이 주황색으로, 붉은색으로, 노란색으로. 석양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입은 흰 옷은 도화지가 되어있다. 학원 지정의상이라고 했던가. 푸른 자켓 아래의 흰 티가 노을졌다. 풀물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잔디 밭 위에 앉아있었다. 공기 속으로 녹아내리는 느낌이 든다. 눈을 감았다.
"히비키씨, 다 보여요."
툭 내던진 말이 지나가던 사람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 키로는 들키지 않을 수가 없어요. 덤덤한 말은 결국 웃음을 이끌어냈다.
"아앗, 들켜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변장은 완벽했는데 말이죠. 역시 여제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는 걸까요? 다음에는 들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평소와 같은 히비키씨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이 감정이 동정인지, 안타까움인지, 아니면 인간적인 호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게 동정이라면 더욱 그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게 되어버린다고 생각했다.
"여제라니, 그런 귀찮은 호칭은 그만둬 주세요."
"그러면 히비키 현은 어떻겠습니까☆ 울려 퍼뜨리는 겁니다, 아름답고 압도적인 사랑의 노래를!"
"여제가 더 마음에 드네요."
결국 나는 중요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시덥잖은 농담이나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쿡쿡 찔러오는 의문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이유는, 내가 그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인가.
안타까움이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가. 그 의문은 여전히 관계를 껄끄럽고 피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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