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 제가 익히 말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돌아갈 것이라 이야기했지요. 무엇을 잃고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토오우치’로 평생을 살기에는 제 인생이 너무 기구하지 않겠습니까?”
기구한 인생을 사는 것은 죽는것보다 못하지 않겠어요. 그리 이야기하며 웃었다. 저 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우스워 웃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다. 경박한 웃음소리가 대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총알이 발치에 박히는 것이 싫을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진다. 상관없다. 어차피 총알 따위로 나를 죽이지는 못해.
오랜만에 걸친 옷이 맞지 않지 않는 것처럼 어색하다. 피가 흐르는 배에서 느껴지지 않는 고통이 시린 부재가 되어 심장을 후벼판다. 보아라, 이것이 어찌 인간의 꼴인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을 모두 잃어버리고, 돌아가겠다는 망집이 뭉쳐 있는 이 것을 어찌 인간이라고 부르겠는가.
그러나 인간 아닌 것이라도 ‘나’다. 나는 돌아가겠다 이야기한 그 순간부터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 되어, 모든 것을 내버리고 오직 귀환만을 위해서 달려왔다. 사랑해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연민해 마땅한 사람을 연민하지 않고, 즐겨 마땅한 삶을 즐기지 않으며.
토오우치로, 돌아갈 곳을 찾아 헤메는 이방인의 삶을 걸어왔다.
“내 말을 거역할 셈인가.”
“예, 거역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충분한 충성을 바쳐오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말씀드렸지요. 저는 오다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숨을 삼키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배신감에 치를 떠는 목소리가 아플 정도로 잘 들린다. 우스울 정도로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결국 내가 이곳에서 쌓은 인연이 주는 무게는 겨우 그 정도였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아무련 미련 없이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가벼운 무게.
아, 혹여 모르지. 정신도 이 몸뚱아리와 같이 견디지 못하는 고통은 느끼지 않는지도.
“도망은 허락하지 않는다.”
“허락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저를 보낼 것이 아니라면, 죽이시지요.”
물론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큭큭거리는 웃음이 입 밖으로 비어져 나온다. 나 자신도 나를 죽일 수 없다.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버린 몸뚱이는 심장을 도려내어도, 목을 베어도 죽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오히려 죽여달라고 간청하고 싶은데.
검이 뽑히는 소리가 맑게 울린다. 목에 겨눠진 검은 이미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아니, 이미 두려워할 것은 무엇도 없다. 부서지고, 마모되고, 잃어버려 무엇도 남지 않은 몸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인가?
인간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내가 아끼던, 판단하던, 사랑하던, 묘사해야하던 그 인간들은 이런식으로 살지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였고, 고통을 두려워하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격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허나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이지? 몸이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의 문턱을 밟지 못하고, 사랑을 잊어버린 자를 어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이 껍데기 같은 몸으로 살 수 없기에, 나는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오늘은 제 기일로 정했습니다. 죽이시더라도, 죽이지 않으시더라도, 이 ‘토오우치’라는 인간은 신아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내고 죽었다 생각하시는 쪽이 합리적이지 않으시겠습니까? 주군.”
끝까지 부르지 않는 이름에 그의 심기가 완전히 뒤집어지는 것이 보인다. 허나 알고 있기에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감정 한 조각, 호의 한 조각도 남기고 싶지 않다. 어설프게 기억 될 것이라면 죽고 싶었다. 밤마다 우는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면, 쏟아지는 호의와 감정을 기만하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생활이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면, 오늘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뭐, 마지막까지 제멋대로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미 아물어 흔적조차 남지 않은 상처를 느릿하게 손으로 쓰다듬는다. 이대로 죽어버려도 좋을 터인데, 지독하게도 질긴 목숨이다.
“저는 더 이상 토오우치의 이름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노부나가님.”
지독한 정적 속에서, 당신은 웃었다.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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