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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브라] 바람이 되어

admin 2018.11.18 20:10 read.8

또다시 계절이 지나갔다한 걸음 더 익숙해진 일상천천히 숨을 내쉰다모든 생각을사념을 내려놓는다이 순간나는 그 무엇도 아니다화살시위를 당기는 감촉내가 보는 것은이미 과녁에 꽂혀 있는 화살.

시위를 놓는다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고언제나와 같이 화살은 과녁의 정 중앙에 꽂힌다.

벗어 두었던 옷을 걸친다이걸로 오늘의 연습량은 끝일상이 되어버린 길을 걷고훈련과 관리에 대한 일을 조용히 되짚는다해야 할 것배워야 할 것이미 신아의 문자나 가벼운 병법에 대해서는 끝마쳤다오늘은 사냥매를 돌봐야 하나그러고 보면쿠로의 사냥도 준비해야 한다아아할 일이 태산이다그저나는.

바람이 불어 옷자락이 펄럭인다버릇처럼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덧없이 푸르기만 하구나덧없음답답함이미 익숙해져버린 감정에 굳이 이름을 붙여 입 밖으로 내어본다아아참으로 좋은 날이구나이미 풍류를 읊을 줄 알게 된 머리는 예전의 입버릇을 말끔하게 잊어버린 양 곱게 다듬어진 언어를 내어 놓는다.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지정신을 차리니 벌써 추풍이 불어오고 있어.”

 

상스러운 욕을 섞어야 했을 말들은 이미 고상한 일본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벗 하나 없는 생활은 자신을 잃어버리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벗이라그래마음 붙일 사람 하나 없는 신아의 생활에 익숙해 진게 언제부터였던가외로움을 무감케하는 생존의 욕구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본 두려움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모양이지.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해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는 없다.

느릿하게 흐르는 생각을 따라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긴다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야속함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비난그리고무엇이 남았더라남아있는 것들을 가만히 헤아리다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아무리 생각해도내게 남아있는 것이 얼마 없다글을 쓰지 못한지 얼마나 지났더라의무처럼 총을 개량하고활을 쏘고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무감해지는 일을 반복한다그래이건 의무였다그러나 힘 있는 자의 의무였다면 나는 차라리 기분 좋게 이를 악물었으리라그저 이건비인간적인 삶의 의무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인간성인줄 알았다면나는 진즉 죽어버렸지그러나 이미 인간의 껍데기를 지닌 무언가에게 남은 것은 그저 집념 뿐이다언젠가내 언젠가 돌아가리라언젠가 내 처절하게 울며 후회하는 일이 있어도 돌아가고야 말겠다그런 생각들이 조금의 틈도 없이 나를 얽매고 있다화살은 손을 떠나는 순간 내 권역이 아니다그렇다면생각은 어떻게 되는가.

느릿하게 걷고 또 걷는다사냥매들의 날개짓 소리입술 밖으로 느릿하게 흘려내는 노래무엇을 믿고 이리 인간에게 달려드는 것일까월아족으로 만들고자 시도했던 매들이 날개짓한다나는 무엇을아니다어지럽게 흐트러진 생각을 알아차린 새들이 부산하게 날개짓한다휘날리는 깃털 너머로 보이는 얼굴에 덧없는 웃음을 반복한다.

 

주군.”

 

저 인외의 아름다움에 언제까지 두려움을 느껴야 할까나는 그 두려움이 신선했기에 당신에게 무릎 꿇었다그리고 지금은글쎄차라리 바람이 되어 멀리 사라지고 싶다껍데기만 남은 인간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다그러면사슬로부터 도망쳐도 좋지 않을까

 

 

2018.02.11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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