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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브라] 편지

admin 2018.11.18 19:59 read.10

누군가를 온전히 위하며 사는 일은 어떤 느낌일까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는 카키자키씨를 보면늘 그 감각이 궁금해진다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길모셔야 할 주군과걸어 나갈 미래가 정해져 있는 삶은 도대체어떤 느낌일까아오이에게 물었을 때는분명한 혐오의 빛을 읽었지만글쎄.

나의 친구나는 어쩌면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카키자키나 나오에아마카스의 성을 붙인 토오우치’ 라는 이름은 퍽 어울리지 않는다어차피 본명이 아니니 상관없다라고 둘러대지만 꽤나 실망스러운 일이었다이왕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야 한다면잘 아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으니.

언젠가 깊은 밤돌아갈 수 없어 우는 날에는 새로운 성을 받아 가신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아주오래전어딘가 기억의 끝이 있는 그 즈음부터누군가 인정해 섬길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일생을 바치는 것을 동경해 왔다.

라고 이야기해도나는 내 꿈과이상과사랑한 것들을 놓을 수는 없는 인간이다이 생각이 평화의 시대에 태어난 산물이라고 한다면전쟁을 겪지 못한 아이의 어리광이라고 생각한다면그래도 좋다어지러이 움직이는 감정이 생각을 산산조각내고 있다.

 

어느 날은군의가 열리던 큰 방에서한참 우에스기의 문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진즉 문장학을 공부해 두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면서저 문장은 무슨 의미일까하고.

미닫이문이 드르륵하고 열린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면 카키자키씨가 있고나는 평소와 같이 웃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고야 만다.

 

오오토오우치이곳에 있었나마침 찾고 있던 참이다이전밭에 심었던 야채들이

카게이에씨.”

뭐냐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다니예전부터 불러달라고 부탁했던 것은 내가 맞다만

당신은 꿈이나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무례하고뜬금없는 질문이다그러나 문득저 우에스기의 문장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지고야 만다과연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군신’ 우에스기 켄신은다른 무장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으음뜬금없는 질문이구나뭐어길게 생각해 본 적이야 없지만나는 켄신님의 검이 되어서 이 우에스기를켄신님을 지키고 같이 싸워나가고 싶다그 뿐이야.”

카키자키씨다운 말이네요.”

당연한 일이다우에스기를 섬기는 가문에 태어나서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으니까 말이야더군다나 켄신님은켄신님이기 때문에 섬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지.”

그건 그렇죠.”

입에 담기도 새삼스러운 말이지만카키자키의 사람으로 태어나서켄신님을 섬기는 것 이외를 생각 해 본 적은 없어.”

 

나는 그의 흔들림 없는 말에서평화가 찾아오고 난 이후의 우에스기령을 본 기분이 들었다분명 그 때가 되어서도 도적이나 산적액마 등은 잔뜩 남아있겠지그러면 의장’ 우에스기 켄신으로 켄신님은 검을 휘두르고그 뒤를 따르는 자들은 에치고의 두 하늘일 것이다카게카츠와 카네츠구도 언젠가 그들의 뒤를 이을 것이고그러면켄신님은 언제나 나와 술을 마시면 이야기하던 것처럼 우메보시에 어울리는 술과 함께언제까지나 평화를 누리며 술을 입에 머금을 것이다.

나는 그 곳에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게 된다어디서 시작했던 생각인지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말인지 모두 잊어서그저 입을 다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울지 마라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그렇다면 내가 나빴다그러니까,”

그런 건아닙니다.”

 

억지로 풀어내는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형편없다긴 사유의 끝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그저 감당하기 힘든 감정만 찾아낸 나도 꼴불견이고집이 그립다 이야기하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꼴도 우습고새삼스럽게 평화로 가득 찬 노을 아래 아무런 불안 없이 흔들리는 황금빛 평원을 떠올리고그 곳에 있지 못함을 서러워하는 내가 싫다.

 

그저평화가 찾아오고도 우에스기군은 약자를 지키고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일을 위해 검을 들겠지요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하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자리에 저는 없을 테니까요구태여 그런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내가 왜 우는지 정도는 알아차렸을 인랑이다불편하게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침묵눈물에 흐려진 우에스기의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즈음카키자키씨의 어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젠가네가 돌아가고 나서 편지를 보내겠다문자에 대해서는 서투른 편이지만카게모치의 도움을 받아 쓴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지가 될 것이다우에스기의 아름다운 곳과평화로운 정경을 제일 유명한 화가에게 그리게 한다면너도 볼 수 있겠지.”

 

어떻게라는 말이 떠올랐다이세계로 편지를 보내는 방법 따위는 없다어차피나는 돌아가면 이곳에 남긴 흔적과 함께 서서히 지워질 사람이다내가 그러기를 바랐고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하지만.

 

아아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하지만 카키자키씨는 악필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말이다!”

 

파앗하고 밝아진 얼굴로 와하하 웃어버리는 모습이 그다워서 따라 웃어 버렸다.

 

이런두 사람여기 계셨습니까.”

카게모치무슨 일이냐너도 밭에 대한이야기를 물어보러

아뇨그것도 물론 흥미로웠습니다만이번에는 켄신님의 부름입니다새로운 보고에 대한 건으로 할 말씀이 있으시다고.”

오오켄신사마의 부름인가그렇다면 기다리시게 할 수야 없지먼저 가겠다!”

 

카키자키씨는 데리러 온 아마카스씨를 두고 먼저 가 버린다그런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어쩔 수 없네요하고 웃어버린 아마카스씨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다.

 

토오우치씨너도 같이 가겠습니까?”

가도 되는 자리라면.”

물론입니다부디.”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만그저 지금은 우에스기의 총대장인우에스기 켄신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그냥그러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7.11.19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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