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피 울며 정처 없이 떠도는 아이야, 너는 무엇을 원해 세계를 살아가느냐.
아, 마치 다른 세계에 서 있는 것 같은 밤이다. 지독히도 아름다운 달,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고요와 정적. 인간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기억이 범람하여 세계를 채우는 시간. 의미 없는 기억과,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기억. 억지로 지워내야 했던 감정과 정당성을 부여해 외면했던 죄책감. 그 모든 순간들이 넘쳐흘러 나를 얽매는 밤이다.
흐름에 휩쓸린 것은 자신의 의지인가. 어쭙잖은 자존심에 증명한 가치는 누구의 목숨을 대가로 하였는가. 아아, 실로 나는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여 해결되지 않는 것을 하염없이 고민하는 밤. 속 모르고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울지 못한 자의 눈물은 어디로 흐르는가.
서서히 세계가 유리된다. 도피한다. 나 자신의 세계. 그 어느 세계에서도 내가 살아가고 있다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살아가는 곳은 오직 나 자신의 안. 홀로 살아가며 홀로 고민해야 할 터인데. 나는 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노래하여라. 노래하여라. 의미 없이 곡조를 드높혀라.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울던 병사의 얼굴. 괴물이라며 소리 지르던 적병의 얼굴. 처음으로 쏘았던 화살과, 마지막으로 쏘았던 화살. 살리기 위해서 죽여야 했던 자들. 두려웠기에 더욱 신경 쓰였던 자. 모든 의미가 퇴색한다. 대체 불가능한 의미는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무엇도 남지 못하고, 무엇도 사라지지 않는다.
만작이라도 즐길까. 잔뜩 취해 날 죽여달라 소리치며 울어볼까.
발걸음이 이끄는대로 움직인다. 멈출 곳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로 향하며, 시대는 어디로 흐르는가.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하나의 인간, 하나의 의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지? 내 가치는 전쟁에서 쓸모가 없다. 사람을 죽이기에 나는 너무 유약하고, 이기적이다. 인간의 목숨이 주는 무게가 너무 거대하다.
달빛 아래 춤춘다. 위로, 위로. 더욱 위로! 달에 닿아 사라진다면 그 또한 운명. 처참하게 추락한다면 날개 가지지 못한 생물의 숙명일지니. 더욱 위로.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해 발을 옮겨라.
그리하야 인간이 도착하는 곳은 누군가의 감정이 담긴 장소.
“나는 아무래도 그 흡혈귀를 생각보다 깊게 새긴 모양이네.”
이곳은 산꼭대기의 절벽. 오다 노부나가의 ‘마음에 드는 장소.’ 오다령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 저 영지에 오다가의 역사가,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의 일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사랑스럽다. 그러나 그 감정은 결국 경외에서 나왔을 터이니.
“도망치나 했더니, 이 곳인가.”
목소리가 들린다.
“아, 총대장님.”
나는 문득 뒤돌아 만개하는 꽃처럼 웃는다.
“그러게요. 정신 차려 보니 이 곳입니다.”
그래, 저 자에게 인정받고자 나는 나를 포기했다. 생전 처음으로 들이닥친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 자신의 삶, 신념, 가치. 그 모든 것을 부정당했기에 나는 저 자에게.
그러나 주군으로 모시겠다 결정한 자다.
“참으로 아름다운 영지입니다. 번화하였고, 부유하고, 강대하지요.”
“아아, 당연한 이야기다. 이 내가 직접 가꾸고 정비한 영지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아.”
“분명 천하 통일의 이후에는 신아가 모두 이렇게 되겠지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도 네놈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렇습니까.”
겉돌고 있는 말이다. 닿지 않고 닿으려 생각하지 않는 말. 그저 단어를 소모하여 시간을 죽이고 있을 따름이다. 저 오다 노부나가라고 하는 무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말 그대로 진심을 담았을까? 나는 그렇지 못함에 죄책감이라도 느껴야 하나?
이 순간이라도 저 절벽 너머로 몸을 던지고 싶다 생각하는 충동이 있다. 이대로 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목을 찌르고 싶다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죽는다면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단 하나의 살인으로 영영 끝날 수 있다면, 이 건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목숨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 목숨이 내 것이라 할지언정.
“그러면 이 신명, 오다 군에 바치겠습니다. 부디 통일 이후의 세계를 제 눈으로 볼 영광을 주시지요.”
“이제와 말하기엔 늦은 이야기구나. 받아 주도록 하지. 있는 힘껏 오다군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물론, 좋은 주군을 섬기는 것이 가신의 기쁨이지요.”
의미 없는 말이다. 나는 무게를 내던졌을 뿐이다.
2017.10.18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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