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달이 아름다운 밤이다.
신아의 밤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쏟아질 것 같은 별과, 거대하게 시야를 채우는 달. 청명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이며, 나직하게 들려오는 벌레의 소리. 실로 아름다운 밤이라, 문득 서글퍼지고 만다. 이리 아름다운 세계에 어떻게 해도 저는 정을 붙일 수 없다.
이미 돌아가더라도 변해버렸을 터인데. 나는 변할 대로 변해서 제대로 적응할 수 없을 텐데. 그래도 남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 우스운 말이지.
자, 오늘은 월견주(つきみざけ)다. 마음껏 아름다운 달과 하늘에 취해보자꾸나.
멋없는 일이지만, 잔도 없이 병을 든다. 달을 안주 삼아, 이 밤을 벗 삼아 술을 들이킨다. 쓰다. 즐기지도 않는 술을 입에 들이붓는다. 타들어가는 목, 알코올의 궤적은 온 몸에 남는다. 그래서 더욱 들이켠다. 술이 술을 부르고, 눈물이 눈물을 부른다. 허나 울기엔 너무 아름다운 밤이 아닌가?
시라도 한 수 읊고 싶다. 제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풍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학습된 행동은 얄궂을 정도로 튀어나온다. 그래, 예를 들어 이런 날 와카라도 한 수 읊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는 내가 있다.
“此の世をば 我が世とぞ思ふ望月の 虧けたる事も無しと思へば”
“얄궂은 시를 읊는 군, 소라카. 월견주인가.”
“아, 켄신님.”
은발에 흐드러지는 달빛이 지독하게도 아름답다. 곧고 아름다워 검과 같은 사람. 이 세계의 내게 버틸 힘을, 어쩌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이유를 선사한 사람.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귀가 움직이는 것에 웃어버린다.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아. 귀며, 꼬리며, 저 올곧은 눈 까지도.
“월견주입니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별일이구나, 네가 술이라니.”
“뭐, 달이 아름다운 밤 아닙니까. 이런 날은 켄신님을 따라서, 술이라도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럼 한 잔, 부탁하지.”
혹시 몰라 챙겨온 잔에 술을 붓는다. 가득 채운 잔에 달을 띄워 넘기며, 달에 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게 웃는다.
“달이 아름답다 하여 앞의 저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어떤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네 빛이 바랜적은 없다.”
“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들떠버립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달 보다 아름다우신 켄신님 아닙니까.”
나도 술을 들이킨다. 지독하게 쓰다. 여전히 나는 이 싸한 맛에 익숙해 질 수 없지만, 술의 질을 판별할 만큼 오래 보긴 하였지.
“좋은 술이군.”
“그야, 켄신님의 몫을 빼돌렸으니까요.”
“...정말, 제멋대로인 녀석이군.”
“오늘만, 이라는 걸로 안 되겠습니까? 저는 술에 취해 어쩔 수 없었던 걸로 해서.”
언젠가의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답습한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잊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좋다, 이대로도 좋다. 술에 취하고, 달에 취하고, 나 자신의 슬픔과 비탄에 취했다. 제 정신 아닌 사람은 무슨 말을 하여도 잊힐 권리가 있다.
“켄신님도 한 수 읊으시겠습니까? 좋아하시는 와카로.”
“갑자기 하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해도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웃으며 시를 읊는다. 참으로 저 사람다운 목소리가 정원에 울리고, 달 아래서 조각난다.
“虫のねも 月のひかりも風のおとも わが恋ますは秋にぞありける”
아,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술에 취했는지도 몰라.
“아름다운 시네요, 켄신님. 사랑(恋)을 하고 계신가요?”
“아아, 아마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사랑은 어느 쪽이든 아름답잖아요? 연심도, 은애도.”
“너는, 은애를 아름답다고 말하는가.”
“물론이죠.”
하하, 웃으며 그의 잔에 술을 채운다. 밤이 깊어 벌레소리마저 잦아들고 있다. 이곳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자는 나와, 켄신님과, 저토록 아름다운 달 뿐이다. 아, 죽어도 좋은 밤이다. 이대로 달빛에 녹아 영영 사라져도 나는 좋은 인생이었다 웃을 수 있는 밤이다.
“자, 켄신님. 밤은 아직 깁니다. 저는 아는 시가 없으니, 몇 수 읊어주시겠습니까? 풍류 없이 마시는 술은 멋없지요. 부디.”
“아아.”
밤중의 밀회는 아름답고, 나는 달이 아름답다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나츠메 소세키가 태어나지 않은 시대. 그저 누군가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2017.09.29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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