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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브라] 월견주

admin 2018.11.18 19:53 read.4

  아달이 아름다운 밤이다.

  신아의 밤은 유난히도 아름답다쏟아질 것 같은 별과거대하게 시야를 채우는 달청명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이며나직하게 들려오는 벌레의 소리실로 아름다운 밤이라문득 서글퍼지고 만다이리 아름다운 세계에 어떻게 해도 저는 정을 붙일 수 없다.

  이미 돌아가더라도 변해버렸을 터인데나는 변할 대로 변해서 제대로 적응할 수 없을 텐데그래도 남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 우스운 말이지.

 

  자오늘은 월견주(つきみざけ)마음껏 아름다운 달과 하늘에 취해보자꾸나.

 

  멋없는 일이지만잔도 없이 병을 든다달을 안주 삼아이 밤을 벗 삼아 술을 들이킨다쓰다즐기지도 않는 술을 입에 들이붓는다타들어가는 목알코올의 궤적은 온 몸에 남는다그래서 더욱 들이켠다술이 술을 부르고눈물이 눈물을 부른다허나 울기엔 너무 아름다운 밤이 아닌가?

  시라도 한 수 읊고 싶다제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풍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학습된 행동은 얄궂을 정도로 튀어나온다그래예를 들어 이런 날 와카라도 한 수 읊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는 내가 있다.

 

  “をば とぞ望月 けたるしとへば

  “얄궂은 시를 읊는 군소라카월견주인가.”

  “켄신님.”

 

  은발에 흐드러지는 달빛이 지독하게도 아름답다곧고 아름다워 검과 같은 사람이 세계의 내게 버틸 힘을어쩌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이유를 선사한 사람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그의 귀가 움직이는 것에 웃어버린다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아귀며꼬리며저 올곧은 눈 까지도.

 

  “월견주입니다한 잔 하시겠습니까?”

  “별일이구나네가 술이라니.”

  “달이 아름다운 밤 아닙니까이런 날은 켄신님을 따라서술이라도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럼 한 잔부탁하지.”

 

  혹시 몰라 챙겨온 잔에 술을 붓는다가득 채운 잔에 달을 띄워 넘기며달에 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게 웃는다.

 

  “달이 아름답다 하여 앞의 저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어떤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네 빛이 바랜적은 없다.”

  “하하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들떠버립니다더군다나오늘은 달 보다 아름다우신 켄신님 아닙니까.”

 

  나도 술을 들이킨다지독하게 쓰다여전히 나는 이 싸한 맛에 익숙해 질 수 없지만술의 질을 판별할 만큼 오래 보긴 하였지.

 

  “좋은 술이군.”

  “그야켄신님의 몫을 빼돌렸으니까요.”

  “...정말제멋대로인 녀석이군.”

  “오늘만이라는 걸로 안 되겠습니까저는 술에 취해 어쩔 수 없었던 걸로 해서.”

 

  언젠가의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답습한다나는 지금 무언가를 잊었다그리고 무언가를 무시하고 있다그러나 좋다이대로도 좋다술에 취하고달에 취하고나 자신의 슬픔과 비탄에 취했다제 정신 아닌 사람은 무슨 말을 하여도 잊힐 권리가 있다.

 

  “켄신님도 한 수 읊으시겠습니까좋아하시는 와카로.”

  “갑자기 하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해도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그는 웃으며 시를 읊는다참으로 저 사람다운 목소리가 정원에 울리고달 아래서 조각난다.

 

  “のねも のひかりものおとも わがますはにぞありける

 

  아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술에 취했는지도 몰라.

 

  “아름다운 시네요켄신님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아아아마도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네요사랑은 어느 쪽이든 아름답잖아요연심도은애도.”

  “너는은애를 아름답다고 말하는가.”

  “물론이죠.”

 

  하하웃으며 그의 잔에 술을 채운다밤이 깊어 벌레소리마저 잦아들고 있다이곳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자는 나와켄신님과저토록 아름다운 달 뿐이다죽어도 좋은 밤이다이대로 달빛에 녹아 영영 사라져도 나는 좋은 인생이었다 웃을 수 있는 밤이다.

 

  “켄신님밤은 아직 깁니다저는 아는 시가 없으니몇 수 읊어주시겠습니까풍류 없이 마시는 술은 멋없지요부디.”

  “아아.”

 

  밤중의 밀회는 아름답고나는 달이 아름답다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나츠메 소세키가 태어나지 않은 시대그저 누군가를 바라보며몇 번이고.

 

2017.09.29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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