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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불꽃놀이

admin 2018.11.18 19:52 read.6

  고담 시는 웨인가 아래 통치되는 왕국과 같은 곳이었다. 빌런과 히어로의 도시. 정의도 악도 법아래 있지 않은 곳. 배트맨이 통치 방법으로 공포를 택했으니 도리가 있겠나. 그 곳은 무법의 도시였다.

  무법의 도시라 하면 어둑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낮의 고담은 꽤나 활기찬 곳이다. 어디까지나 ‘낮’의 이야기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투페이스니, 펭귄이니, 조커니 하는 빌런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고담에서 그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쓴다면 일단 이사를 고려해야한다. 그만큼 이 곳은 위험에 둔한 곳이다. 웬만한 위험은 위험이라 이야기 하지도 않을 만큼.

  그 날 또한 평범한 고담시의 하루였다. 자잘한 빌런들이 날뛰고, 투페이스가 그의 일당과 함께 은행을 습격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 주변의 사람들은 신속하게 대피해서 큰 인명피해는 없었고, 레드후드가 그들을 처리했다는 말도 나왔다. 또 정신병원이 미어터지겠네. 누가 중얼거리며 흘린 말에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했다. 그 레드후드라니. 그는 빌런을 살려두지 않음으로 유명했으니, 아마 또 피가 튀고 뇌수가 터지고 그랬겠지. 그 은행에서는 한동안 피 냄새가 지워지지 않겠군. 수군거리는 말들이 주변을 덮었지만, 이내 사그라진다. 그만큼 익숙한 일이었다. 고담에선.

 

 

  저녁의 거리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 안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 물론 집 안이 무조건 적으로 안전하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나가는 불량배에게 칼 맞고 지갑을 잃어버리진 않을 수 있었다. 뭐, 재수 없으면 집에 들이닥친 도둑에게 목을 따이겠지만, 그건 들어가서 생각 할 일이지. 그런 생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흰 와이셔츠, 검은 치마. 붉은 하이힐. 사람들의 사이에서 크게 튀는 차림은 아니었지만, 기묘하게도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질감. 그녀는 이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재촉하는 발걸음, 아무 느낌 없어 보이는 무표정. 그 모두 다른 사람과 똑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흘끗흘끗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애초에 주변에 관심 자체가 없었으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어쩌면 눈치 채지 못했겠지.

 

  야, 쟤 예뻐 보인다. 가서 번호 물어볼까?

  미쳤냐? 니 얼굴로?

  아, 뭐 어때서. 미인은 용기 있는 자가 차지하는 거라고 그랬거든?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녀를 주제로 떠들던 두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그는 물론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커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총을 손에 들고, 허공에 발포해가며. 그 사람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담시민이 되어서 그 인간을 모를 수 있을까. 조커의 부하들. 가장 미친 악당. 배트맨의 숙적. ‘그’ 조커의 부하가 등장했다.

 

 

  사방에 비명이 가득하고, 도망치려는 사람들로 거리는 소란스러워진다. 누군가 넘어지고, 밟히고, 아비규환. 그 가운데 여인은 홀로 고고했다. 그 이질감은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이질감이었던가. 그녀는 아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태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부하들이 나왔으면 그 장본인은 좀 있다 나오거나 아예 다른 쪽에서 등장하겠지. 일단 사람들이 반쯤 빠지고 나서 끼어들어도 나쁘지 않다. 그런 계산이 끝나자 그녀는 조용히 사람들의 사이에 서 있었다. 아직도 나가려는 사람들은 넘쳐났고, 그들은 허공에 총을 발포한 후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녀는 방심했다.

  반 쯤 빠져나가도 여전히 넘쳐나는 사람들의 속으로 그녀가 사라지려 할 때였다. 가면을 쓴 부하 중 하나가 그녀에게 애타게 손을 뻗는다. 소름이 끼친 그녀가 옆으로 뛰어나가는 순간,

  펑!

  불꽃놀이를 할 때나 들리던 소리가 울린다. 툭, 하고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 손에, 팔에 질리도록 묻은 액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 여인은 눈을 감았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린다.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던 액체가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이 소름끼친다. 이럴 때가 아닌데, 빨리 도망가야지. 그녀는 애써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았다. 절망과 공포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나서 충분히 곱씹어도 된다. 하지만 제 생명은 이곳에 있으면 사라진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그녀는 억지로 눈을 떴다. 질척이는 땅이 느껴진다. 여전히 꿈틀대는 생명이 떠나버린 단백질 덩어리. 철분, 수분, 헤모글로빈으로 가득 찬 붉은 액체가 검은 아스팔트에 스며든다.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는지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그녀는 때는 지금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시 옆으로 두 발. 조금 만 더 가면 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일 수 있다. 그러면 괜찮겠지. 망할, 오늘 왜 이딴 거리를 걸어서. Fucking Gotham! Fucking Joker! Fuck! 끊임없이 입 속으로 욕을 읊었다. 펑, 펑, 펑. 제가 한 걸음을 걸을 때 마다 불꽃놀이가 일어난다. 붉고 따뜻한 비가 내린다. 소름끼친다. 미쳤어, 이건 미친 거야. 그녀는 끝없이 입 안에서 웅얼거렸다. 미쳤어.

  결국 다섯 걸음을 더 가서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망할 조커새끼. 아주 효과적으로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히, 하, 호! 저 멀리서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꼴인지 뻔히 상상되는 놈이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기구한 운명이기도 하지, 어쩌다 조커에게 걸려서 저런 꼴을 당하게 되었나. 도망치던 누군가가 그리 읊조렸다. 그러나 그의 읊조림은 이내 비명에 묻혀버렸다.

 

 

  박수처럼 내질러지는 비명. 조커는 크게 웃으며 되는대로 총을 쏴 갈긴다. 사방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터지는 피. 히-호! 한 손으로만 쏴대던 총을 소총으로 바꿔 그는 사방에 총알을 흩뿌린다. 마른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피로 된 비가 내린다. 붉게 물들어가는 사람들. 비명과 소란으로 가득 찬 아비규환. 그녀 또한 도망하고 싶었다. 허나 조커는 아주 정확히도 그녀의 양 다리에 총알을 한 발씩 갈겼다.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뭘 도망갈 수 있겠는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상처를 지혈하기 위해 다리를 싸매는 일 뿐이었다.

  최후의 날이 다가왔네. 신이 너를 벌하리라.

  우습다는 어조로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 망할 새끼 앞에서 그 몰골로 걸어가는 게 아니었어. 어쩌다가 내가 저 초록 사이코 눈에 들어서 이 개꼴을 당하고 있냐. 배트맨은 뭘 하기에 아직도 저 조커를 죽이질 못했는지. 망할 불살주의! 엿이나 먹으라고 그래! 미친 빌런은 죽여야지! 그녀는 도망가지 못하는 제 상황이 짜증나는지 조커를 씹어대고 있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고통은 질색이야. 중얼거리는 말. 옆에 서 있는 가면들은 튀는 피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그래, 니네 보스니까 무섭지도 않다 이거냐.

  잔뜩 비틀린 심사로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래, 최소한 니네는 안 죽이겠네. 아니, 그건 조커를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그’ 조커라면 그들을 죽이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단지 그들은 여기서 벗어났다가 고문당할게 더 두려웠을 뿐. 사실 그녀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단지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했기에 그 사실을 무시했을 뿐.

 

 

  “Hey, Ho! You‘re death is coming!”

  “Please……. GO AWAY!”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자 남성은 광기 넘치는 목소리로 웃어댄다. 광소. 듣는 사람들의 등허리를 타고 소름이 내달린다. 여성 또한 상처를 묶고 있던 손을 풀고 팔을 쓸어내린다. 흰 와이셔츠는 이미 붉게 물든지 오래. 그 모습을 보던 조커는 더 큰 소리로 웃어대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귀 아래까지 그려진 붉은 입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웃는 얼굴로 만든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들어, My Darling?”

  “제발 꺼져줘, Honey.”

  “Oh, 그럴 수는 없지! 아무렴! 그럴 수 없지! 내 선물은 아직 한참이야. 데이트는 이제 시작인데 어딜 가려고!”

  “집.”

  “우리 달링이 도망칠 수 없도록 집을 불태워 버렸는데? 오, 불쌍한 마이 달링. 이제 돌아갈 집도 친구도 없네! 친구 없는 사람의 무덤은 어디에 있나? 오오, 우리 달링은 무덤이 필요 없지! 직접 무덤을 박차고 나온 사람이니!”

  “그 지랄 맞은 소리는 또 어디서 듣고 온 거야?”

  “Oh, Poor Darling. 이 조커가 모르는 사실이 이 고담에 있을 리가 있나. 조커가 모르는 일은 없지! 아무렴!”

  “일단 날 보내주는 방법은 모르는 걸로 보이는데.”

  “내가 준비한 데이트를 싫어하는 거라면 곤란해! 이 조커가 준비한 불꽃놀이도 보지 않고 간다니, 암 곤란하고말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봐줘야 하지 않겠어?”

 

 

  그녀는 그 때부터 불길함을 느꼈다. 물론 ‘그’ 조커의 등장부터 불길함은 느껴졌으나, 이 종류는 조금 다른 종류였다. 그래, 마치 지진을 알아차리고 피하는 소동물의 직감과 같은 종류. 그녀는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제게 큰 일이 닥치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알아차려 무엇 하는가. 이미 그 다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상태가 되어버렸는데!

 

 

  “Let's Party!"

 

 

  펑, 펑, 펑! 축제 분위기를 내는 폭음이 울린다. 불꽃이 터진다. 어스름이 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잠시 입을 벌리고 있던 탓인지, 그녀의 입 속으로 내리던 비가 흘러들어간다. 비리고 짠 맛. 피 비린내. 그 순간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침을 뱉었다. 입 안의 붉은 물이 모두 빠져나갈 때 까지. 무거운 단백질 인형이 실 끊어진 듯 쓰러진다. 털썩털썩 쓰러지는 인형들. 그녀 위로 하나가 쓰러진다. 분수처럼 흘러나오는 헤모글로빈. 무거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녀는 아픔을 참고 단백질 인형을 밀어냈다. 그 뒤로 고개를 들면 조커의 미친 눈동자.

 

 

  “Oh, Darling. 괴로워 보이는데?”

  “이걸 노리고 한 짓이 아니었어?”

  “물론! 이 조커는 Gen-tle-man이거든! 여성과 약자는 손대지 않아!”

  “그래서 총질하겠다?”

  “정확해! 춥다면 좀 들어가겠어? 소각로와 벽난로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차라리 아캄에서 차 한 잔 어때? Honey. 배트맨이 따라주는 차의 맛이 아주 특별할 텐데!”

  "뱃-시? 뱃시는 오지 않아! 잠깐 장난질을 좀 해뒀거든! 물론 무시하면 되는 일이지만 상냥한 뱃시는 분명 그러지 못하겠지! 히,하하, 호. 생각만 해도 아주 멋진 일이군! “

 

 

  망할. 그녀가 그나마 믿을 만 하던 배트맨도 오질 않는다고 하니 아주 제대로 망했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더니 진짜 한 번이 아닐까봐 미친 짓도 못하겠고, 아주 죽을 맛이네. 죽음은 맛이 없지, 그래. 어쩌다가 내가 저딴 새끼를 마주쳐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지. 그녀는 제 인생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름 없이 꼬여 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한 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 난 다음부터 더 심해졌다.

  그녀는 표정을 수습하기 힘들어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그녀의 얼굴 근육은 제 주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감정을 그대로 그 위에 덮어씌우고 있다. 이 모습을 들켜 봤자 좋을 일 하나 없는데. 그렇게 말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제 명령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My Sweet Darling. 말 안 해줄 거야? 저승은 어떤지 말이야. 히, 이 조커님은 그 곳에 갈 생각이 전혀 없지만 말이지! 궁금해 미치겠거든, 저승은 어때?”

  “아주 네 얼굴처럼 엿 같지, 조커.”

  “히, 하, 하하하하, 히히, 호호호, 히-하!”

  “사람 얼굴 앞에 두고 웃는 건 어느 나라 예의라니?”

  “Oh, 광대에게 예의는 필요 없어! 그저, 웃음! 웃음이 최고지. 좀 웃어보지 않겠어? 웃고 싶지 않아도 상관없어! 이 조커가 평생 사라지지 않을 웃음을 선물 해 줄 테니까!”

  “슬프게도 조커 베놈은 제게 통하지 않는답니다, 신사씨.”

  “호! 재미있는 이야기군! 하지만 이렇게 해도 네 얼굴에는 웃음이 새겨질 거야, Darling.”

 

 

  그녀는 조커가 제 얼굴로 칼을 가까이 가져다 대는 모습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물론 무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그녀는 아픔을 지독히도 혐오하는 족속이었고, 얼굴에 크게 미련이 없다 하여도 웃는 모양으로 흉터가 새겨지면 제 이력에 별로 좋을 일이 없다는 사실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전혀 동요하지 않은 까닭은, 그 조커가 재미에 환장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을 앞에 두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시민이라니! 그의 그 견고한 자존심에 얼마나 타격이 갈지, 그러면서 그 사실을 그가 얼마나 재미있어 할지. 물론 지금 좀 아프고 그가 제게 흥미를 잃게 만드는 쪽이 그녀에게 더 이득이었지만, 그녀에게 그 만큼 판단할 정신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조커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붉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에 그녀의 얼굴이 비친다. 검은 머리와 흰 피부. 눈보다는 시체에 가까운 피부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아까 비처럼 내리던 피를 다 맞은 탓이다. 무표정한 눈,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광기. 조커의 눈에 비친 그녀는 시리도록 웃고 있었다. 환하게, 이를 드러내어가며. 미치도록 조커와 닮은 웃음이었다.

  조커는 칼을 그녀의 입안에 쑤셔 넣으려다가, 또다시 광소한다. 히, 하하하, 호호, 히, 하, 호, 히히히히. 뭐가 그리 우스운지 허리까지 젖혀가며 웃던 그는 다시 칼을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댄다. 그 눈 안에 비치는 그녀는 여전히 표정의 변화 없이 웃고 있다. 조커는 그 입술의 윤곽을 칼끝으로 덧그리더니, 피가 몽글몽글 새어나올 정도로만 그 피부를 긋는다. 입 꼬리부터 귀 아래까지 주욱. 반대편도 한 번 더. 쓰라린 아픔이 그녀를 할퀴고 지나간다. 조커는 그 상처가 마음에 들었는지 장갑 낀 손으로 꾹, 눌러 상처를 터뜨린다. 여자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진다.

 

 

  “Mr. J! Mr. J!”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서 할리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일이 제 마음대로 되어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아주, 제대로 꼬였다. 분명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잘 지나가려고 했는데 제 웃음은 들켜 버렸고, 조커는 그 눈에 품은 열망을 지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whY sO SriOUs?”

  “Because of you, Joker.”

  “Oh, Darling!”

 

 

  조커가 막 희극적인 몸짓으로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는 순간, 그녀의 앞에 총알이 박혔다. 파편이 튀어 그녀의 팔에 상처를 입힌다. 오토바이 소리, 저 멀리 남아있던 그의 부하가 죽어가는 소리와 할리퀸의 높은 웃음소리, 비명 같은 웃음. 서서히 그녀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그녀의 구원이다. 안티 히어로든 다크 히어로든 히어로가 찾아 왔다는 뜻이니.

  그녀의 눈에 이채가 깃든다. 웃음이 한층 짙어지다 가면 아래로 사라진다. 그녀는 상처입고 가련한 시민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다리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다른 사람의 피와 섞여 알아 볼 수조차 없다. 큰 혈관은 비껴 맞았는지, 비껴 쏘았는지 과다 출혈로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그녀의 몸에서 상당량의 피가 빠져나간 상태이기는 하였으나, 아직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자력으로 움직이려면 상당히 힘들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Honey, Time to say good bye-”

  “Oh, Darling! Please don‘t leave me!”

 

 

  희극적인 대사가 서로 오간다. 미칠 듯한 웃음소리, 점점 다가오는 총소리. 붉은 헬멧과 오토바이. 그 유명하신 레드후드의 등장이다. 조커를 혐오하기로 유명한 인간이니, 그는 조커 옆의 여자 한 명 쯤은 신경 쓰지 않고 총을 갈겨댈 확률이 높다. 그녀는 조커가 저를 떠나지 않으면 그를 밀어버릴까 고민하기도 하였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음에 안도했다. 조커는 레드후드에게 달려갔고, 할리퀸은 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밤, 그들은 저 멀리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녀는 레드후드와 눈이 마주친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내 착각이라며 넘겨버린다. 어둠이 내린 고담, 피범벅의 여성이 걸어간다. 킥킥거리는 웃음이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Why So S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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