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속에 별빛이란 별빛은 다 부어놓고
그리움이란 그리움은 다 일으켜놓고
당신은 그렇게
멀리서
멀리서
무심히만 있는 겁니까
-별에게 묻다, 이정하
히비키 와타루는, 시를 읊었다. 제 앞에 서 있는 여제에게, 연극을 빙자하여 제 마음을 그렇게 드러내었다. 그녀의 무심한 눈은 그 순간에 오직 그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만한 여제는 그 순간에서야 그에게 온전히 관심을 쏟아 부었다. 그 사실이 못내 즐거워, 황홀할 정도로 기뻐, 그는 더욱 과장된 어조로 움직였다.
그 시구의 하나하나 그녀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한국어라는 그 언어의 어감이 그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그는 완벽한 발음을 연기해냈다. 언젠가의 그녀가 들려주었던 한국의 노래를 떠올리고, 그녀가 그에게 읊어주었던 시의 어감을 떠올렸다.
내 가슴 속에 별빛이란 별빛은 다 부어놓고. 그는 그 원망을, 실제로 그녀에게 가지고 있었던 느낌이 들었다. 평소의 그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원망이. 시어를 타고, 지금 감정을 잡아 대본 없는 연기를 펼치는 그의 손을 타고 별빛처럼 흩뿌려졌다.
만월의 밤. 보름달은 요요하게 빛나며 제 마력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흩뿌리고 있다. 모두가 떠나간 학원에서,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의 친우만 있을 이곳에서, 그는 그녀에게 닿지 않을 고백을 늘어놓고 있다. 시를 읊으며, 고백하고 있다. 무심하고 아름다운 그의 여제, 평생을 다해 무릎을 꿇어도 그를 절대 돌아봐주지 않을 압도적인 사람.
그리움이란 그리움은 다 일으켜 놓고. 원망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말이 산산조각난다. 공기 중으로 흩어져 부질없는 울림을 만들어내는 말이 그의 그리움처럼 멀리 퍼진다. 주말의, 학생이 아닌 그를 처음으로 마주한 사람. 알 수 없는 지루함과, 그리움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그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마주한 사람. 그녀는, 그렇게, 그의 세계 속에 얼굴을 내밀었다.
어찌 아니 사랑할 수 있었겠나. 그 광대의 사랑이 세간의 사랑과 다르다고 하여도, 그는 제 방식으로 그녀에게 연심을 품고, 사모하고, 사랑했다. 평범한 사랑을 연기하고, 부모의 마음과, 형제의 마음을 연기하고, 그의 방식 그대로를 드러내 보이며. 그녀를 사랑하고, 닿을 수 없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무대 위에서 잠시 닿았다고 느꼈던 그 감촉을 잊지 못하고, 끝없는 방황을 반복했다.
그는 서서히 그녀의 동요가 폭을 넓혀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와 주파수를 맞추는데 성공했고, 그의 흔들림에 그녀는 공명하고 있다. 그 철혈의 여제가, 그와 공명하여 흔들리고 있다. 그는 그 희열이 마치 쾌감과 같이 그를 덮친다. 연기의 카타르시스. 그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면서, 동시에 그녀의 반응을 재고 있었다. 조금 더 숨을 들이마시고, 제 동요를 모두 드러내 보이고, 그녀가 제가 정말 진심이라고 믿을 때, 제 세계 속으로 끌려들어왔을 때.
당신은 그렇게.
“멀리서,”
손을 쭉 뻗었다. 길게 뻗은 그의 선은 아름다웠다. 머리카락이 길게 흩날리며 달빛 아래서 아름답게 빛났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의 곡선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는 그녀의 시선이 제 궤적을 쫒는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과장된 움직임을 보인다.
“멀리서,”
또다시 그는 절망한 연기를 펼친다. 힘없이 떨어지는 손을 심장 위에 대고, 무릎을 꿇는다. 웅크려 앉은 몸은 정말 고통에 괴로워하는 양, 작은 떨림마저 보인다. 고개를 들어 여제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는 그 순간의 여운을 즐겼다. 조금 동요한 눈의 여제. 그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잠시 벌어지는 입.
“무심히만 있는 겁니까.”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이 히비키 와타루의 얼굴을 수놓는다. 보석과 같은 반짝거림, 달빛 아래서 그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는 그 말의 어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여제의 나라, 그녀의 나라에 있던 시 중 하나를 그녀가 말해주었던 기억을 떠올려, 이리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 말은 그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였다. 허나, 여제에게는 제대로 닿았다. 그녀는 이제 그를 바라보며, 홀린 듯 서 있다. 무심한 군림자의 눈에 깃든 감정이, 오직 저를 위함이라, 히비키 와타루는 희열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만월의 밤에, 시를 속삭이며 고백을 했다.
2016.08.27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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