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바라자, 앞에 있는 미래가 얼마나 슬프더라도.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행복을 바라고 살아간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제 앞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너는 아름다웠다. 카뮤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름답다고,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그 누구보다 강인한 아름다움이, 그의 쇄골께 에나 올 소녀에게 깃들어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울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그가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소리 없이 감정을 토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그저 웃으면서 말한다,
“카뮤, 두려워하지 마요. 행복할거니까. 우리는, 행복할 거예요.”
내가 당신을 책임질게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떠나지 않게, 그럴 테니까. 제가 노력할 테니까, 제발.
“두려워하지 말아요, 우리, 내일은 바다에 가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내일의 이어기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일을 이야기해요. 하루, 또 하루. 생의 마지막 날 까지.”
자, 어때요? 괜찮죠? 그렇게 말하면서 너는 웃었다. 환히 웃었다. 그보다 슬픈 광경을, 어찌 찾을 수 있을까. 카뮤는 그 웃음에서 눈물을 볼 수 있었다. 그 웃음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눈물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다. 그 보다 다섯이 어린, 더군다나 그보다 훨씬 안온한 환경에서 살아오며 큰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카뮤를 사랑하기 위해 상처를 기꺼이 감수하고, 안온한 일상을 내던졌다. 수없는 상처를 끌어안고 위태로워하는 주제에, 절벽 위에서 방황하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그녀는 오직, 제가 떠날까봐 카뮤가 두려워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물을 삼키고 웃어 보인다.
그녀는 카뮤를 바라보며 수 없이 울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울었다. 그가 당황하는 일은 잦았고, 그녀 자신도 뜬금없이 흐르는 눈물에 놀라서 정신없이 닦기 일쑤. 카뮤는 웃으며 네가 그러니 내가 나쁜 놈 같지 않나. 라며 농을 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도, 카뮤도 알고 있었다. 그 눈물은 울지 않았던, 울지 못했던 카뮤를 대신해서 흘린 눈물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카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픔을 알아차리고, 제가 더 아파서 울고는 했다. 카뮤는 그녀를 달래면서야 제가 그 상황에서 아파해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카뮤가 자신이 떠날까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책하고 또 자책하다가, 이렇게 앞에서 울음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직 그를 위해서, 그를 사랑하고 있기에.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숭고한 감정으로,
“즐거운 일을 생각해요, 앞으로 슬픈 일이, 절망할 일이 잔뜩 있겠지만 즐거운 일 만을 생각해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면, 언젠가 지금의 기억도 웃으면서 돌아 볼 수 있겠죠.”
그 때가 되면 제가 당신을 실컷 비웃어 줄 거예요? 현은 그렇게 말했다. 억지로 꾸며낸 웃음. 웃음 위로 눈물을 숨긴 채. 카뮤는 그 모습이 더욱 아팠다. 그럼에도, 차마 의심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겠지, 분명.”
“그럼 됐어요. 앞으로 함께 할 거라는 사실이 확실하니까."
그러나 서로 알고 있다. 이 약속이 부질없고, 언젠가 깨진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서로 두려워하고 만다. 그녀는 제가 카뮤에게 질리는 순간이 올까, 만약 카뮤의 애정이 귀찮아져 도망치는 순간이 올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카뮤는 그녀의 그런 생각을 알고 있다. 그녀가 쉬이 질리는 성격이라는 사실을, 언젠가 그녀가 질린다면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두렵다고, 네가 떠날까, 혹은 내가 너를 버릴까 두렵다고 말하지 않는다.
원래 동화가 아닌 이야기에서는 숨기는 사정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우리 모두 동화를 바라지만, 모든 사랑이야기가 동화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 정도로 괜찮지 않을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