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반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카뮤의 집에서 서로 같이 시간을 보내고, 다음의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작곡을 하겠다며 현이 연습실로 들어가고. 딱히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오늘이 카뮤의 머릿속에 길이 남으리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한 가지는.
역시 현이 악상과 재능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건 당신 탓이에요!"
그렇게 소리치는 네가 사랑스러웠다. 장난기에 가득 찬 얼굴로,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띠고서. 알지 못하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작은 수첩에 음표를 메모한다. 또 새로운 멜로디가 떠올랐겠지, 카뮤는 그런 현의 모습을 나직한 웃음을 띠고 쳐다보았다. 열 시간이 넘게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고 온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치지 않고 음악을 뽑아내어 제 주변을 물들이고 있다. 그 경쾌한 음률이, 카뮤마저 유쾌한 기분으로 바꿔놓고 있다.
한참을 무언가를 쓰던 현은 갑자기 펜을 내던지듯 놓았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카뮤에게 그녀는 갑자기 큰 소리로 소리치며 더욱 환히 웃는다.
“정말 좋아해요, 카뮤!”
현은 그렇게 외치면서 카뮤를 끌어안았다. 책상 위에는 꽉 채워진 악보가 한 가득. 현은 함박웃음을 짓고서.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그에게 다가오지도 않는 주제에, 지금은 애정을 표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다. 지금의 그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정말 뮤즈의 축복을 한 몸에 품은 다른 무언가 같다. 음을 흥얼거리며, 모든 말에 음률을 붙인다. 입술 너머로 나오는 모든 말이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된다.
지금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갖 음색과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겠지. 카뮤는 언젠가 그녀에게서 들은 작곡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설명을 떠올렸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영상. 그리고 색색으로 흘러넘치는 감정. 그녀의 묘사처럼, 그 순간의 그녀는 정말 살아있었다.
“사랑이 흘러넘치는 건, 정말 한 순간의 이야기라서-”
마치 누군가의 꿈 이야기 같아, 그런 가사를 흥얼거린다. 너는 지금 음악으로 가득차서 누군가를 돌아 볼 상태가 아니겠지. 앉아있다 못해서 주변을 통통 튀어 다니면서 춤과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카뮤는 웃었다. 유쾌한 웃음을 입 밖으로 터뜨린다. 그 모습에 잠시 현은 놀랐다가, 같이 웃으며 그를 끌어안는다.
“나의 뮤즈, 사랑, 세계의 신! 정말 좋아해요! 사랑해!”
음악이 멈추질 않아요! 당신을 만나고 나서 정말 즐거워! 그녀는 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노래처럼 모든 말을 흥얼거린다. 여전히 손에는 펜을 들고, 입술 사이로는 허밍을 반복한다. 한 곡이 여러 번 변주되어 돌고 돈다.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건 너도, 나도 똑같으니까- 그런 음악을 흥얼거리고 손을 하늘하늘 흔든다.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반복되는 움직임. 카뮤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이런 그녀의 음악을 사랑했다. 그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넘치는 음악.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이미지.
카뮤는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 지켜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귓가에 스며드는 음악을 즐긴다. 자유롭고 구애되지 않는 음악, 그를 향해 쏟아지는 애정. 모두가 가질 수 없다 생각했기에 사랑스러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