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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admin 2018.11.18 01:07 read.0

  "선배, 여기 이거."
 
  오랜만에 보는 그의 정장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정장이 아닌 옷을 입고 다녔으니, 꽤 감회가 새롭다. 더군다나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기라도 하는지, 단추를 두세 개 정도 풀어헤치고 다녔으니 이리 완벽하게 차려입은 정장은 몇 달 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그가 넥타이를 까먹었다는 사실도 그리 놀랄 것은 아니다. 
 
  제 손에 쥐어진 넥타이는 여전히 새 것 같은 모습이다. 분명 포장도 제대로 안 뜯고 두었을 사람이니, 정말 선물 했을 때 그대로의 모습에 가깝겠지. 모처럼의 선물이 의미가 없다. 제가 없을 때 저를 떠올리라고 주었더니, 정말 그걸 모셔놓고 보고 있었나.
 
  "아, 그 곳에 있었나."
  "매 줄게요, 숙여봐요."
 
  이럴때는 그의 큰 키가 불편하다. 제 머리가 그의 어깨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니. 가끔 사진이라도 찍으려 하면 그의 머리만 나오거나 내 머리랑 그의 가슴팍만 나오거나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뭐, 그래도 대부분 그의 큰 키는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저 위에 있던 머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그에게 다가서니 체향이 훅 끼쳤다. 눈 앞으로 늘어지는 머리카락이 빛 아래서 반짝인다. 예쁜 색.
 
  "이런 건 얼마든지 선물 할 수 있으니까, 아껴두지 말아요."
  "참고하도록하지."
 
  저렇게 말 해 놓고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손 아래 부들거리는 실크와, 그의 비단결 같은 목소리. 어느 쪽이 더 부드러울지 고민했다. 그 사이 넥타이의 매듭은 모양이 잡혀가고, 예쁘게 모양을 잡아 조이는 것으로 끝마쳤다.
 
  "끝."
  "다녀오겠다."
 

 

  그의 입술이 가볍게 이마 위를 스쳤고, 저는 나직히 웃으며 다녀와요, 라는 인사를 남긴다. 평화로운 한 때. 여름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 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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