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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다

admin 2018.11.18 01:03 read.2

  그녀에게 꽃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는 일은 마치 모욕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녀로 존재했다.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게는 하였으나 그녀 자신에게 다른 정체성을 가져다 붙이는 일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파르바네였고, 현이었고, 그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카뮤는 그녀가 피어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흐드러지다. 꽃 따위에게 쓰는 한국어라고, 그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이 한창 성하다는 말이라며, 꽃의 전성기를 표현하는 말이라 하였다. 카뮤는 그 말의 어감이 꽤나 마음에 들어, 입 속에서 몇 번 굴려보기도 하였다. 그에게는 조금 어려운 발음이었으나, 그녀 덕에 배운 언어 몇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는, 지금 그녀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어서인가. 카뮤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애절하게 손을 뻗는다. 무너져내리고,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고음이 치솟는다. 그녀는 뮤지컬을 작곡하고, 제가 직접 연기 중이었다. 주인공은 오직 그녀, 다른 배우들은 모두 조연이 되어 그녀를 꾸며주고 있다. 적어도 카뮤는 그렇게 느꼈다. 

  꽃 같은 주인공을 써 보고 싶었다고, 제게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라 즐거웠다고 덤덤하게 말하던 그녀가 떠올랐다. 바이올린의 선율 위에서 양귀비를 떠올리게 만들던 음악도. 처음 가사를 붙여 불러주던 그녀도 떠올랐다. 카뮤는 그 때 그녀가 처음으로 꽃과 닮았다 생각했고, 지금은.

  그 때의 그녀가 피어나고 있었다면 지금은 흐드러져 있었다. 그녀는 흐드러지게 피어 덧없는 전성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문득, 그녀에게 닿고 싶다고. 저 아름다움을 저 혼자만 보고, 쥐고 싶다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욕심이 카뮤에게 싹텄다.

 

  '꽃은 꺾으면 시들 뿐이랍니다, 날 정녕 원한다면 방법을 찾아요. 날 그대로 두고 당신이 방법을 찾아요.'


  그녀는 이 넘버에 아무런 의미도 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였다. 그저, 떠오르는 선율에 어울리는 가사를 썼을 뿐이라고. 카뮤는 뜻이 없는 노래에 뜻을 만드는 건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감히 그가 이 노래에서 의미를 찾는다고 하여도. 

흐드러지게 핀 꽃은 본디 벌을 끌어모으는 법이다.

 
2016.08.24 첫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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